현대중 노조에 온 전경 어머니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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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포스코 본사 건물이 불법 점거되는 것을 보면서 내 아들도 언제 다칠지 몰라 무섭고 두려웠는데 평화적으로 노사타협이 이뤄지는 기업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전투경찰 아들을 둔 어머니가 12년째 무분규 타결을 이끈 현대중공업 김성호 노조위원장에게 보낸 감사편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아들이 올해 초 전경에 차출돼 시위현장을 전전한다고 밝힌 주부 성순옥(서울 도봉구)씨는 "당연히 육군이 될 줄 알았던 아들이 전쟁도 아닌 평상시에 명분도 없는 폭력시위대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전경이 됐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했다"며 애틋한 모정으로 편지를 시작했다.

성씨는 "스무 살 아들이 평택→서울 광화문→포항 포스코→평택→서울로 이어지는 시위 현장을 누비는 동안 제발 폭력시위만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넋두리로 나날을 보냈다"며 "그러던 차에 현대중의 12년 무분규 뉴스를 접하고 코끝이 시큰거렸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잘 돼야 정년퇴직 이후의 건강한 삶도 영위할 수 있다는 노조 위원장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다"고 노조 측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현대중 노조에는 무분규 협상 타결을 격려하는 편지가 오고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천에 사는 오기량(69)씨는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노사가 따로 노는 기업이 경쟁력이 있겠느냐"며 현대중 노사협력을 칭찬했다. '화정동 주부'라는 ID를 가진 네티즌은 "제 남편이 올해 정년퇴직 예정자여서 퇴직 후 생활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뜻밖에도 회사와 노동조합의 배려로 정년이 1년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홈페이지에 적었다.

김 위원장은 "각계의 격려에 기쁘기도 하지만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노사화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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