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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4급 이상 퇴직자 196명 중 140명 재취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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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정부 들어 청와대 출신의 낙하산 인사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 '낙하산 인사 조사특별위원회'소속 김희정 의원은 23일 "2003년 2월부터 올 6월까지 청와대에서 퇴직한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196명이며, 재취업자는 140명"이라며 "재취업자 중 61명이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 기업체에서 임원 등의 자리를 꿰찼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79명은 원래 직종으로 돌아가 교육계와 정치권, 법무법인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은 낙하산 인사를 겨냥해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출범 초기에 '인사청탁 근절'을 다짐해 놓고도 이를 묵살하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서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권력형 도박게이트와 함께 낙하산 인사를 집중 추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출신의 재취업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 부처 11명, 산하기관 29명, 민간기업 21명"이라고 분석했다. 직위 별로는 정부 산하기관 사장.이사장.원장 등에 9명, 감사에 7명, 이사 등에 10명이 임명됐다.

◆ 386 출신 기관장=청와대 연줄을 탄 운동권 출신의 '40대 기관장'도 수두룩하다. 정구철 영상홍보원장, 권영만 교육방송공사 사장, 박재호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등이 그런 사례다. 특히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조직특보였던 박 이사장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공단 감사로 나갔다가 지난해 8월 46세에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자리는 박대문 전 환경비서관의 바통을 장준영 전 사회조정1비서관이 넘겨받았다.

청와대에선 각 부처의 장관 보좌관 자리에도 6명이나 나갔다. 낙하산 인사 비판도 상대적으로 적을 뿐더러 직급도 공무원 생활을 20년가량 해야 오를 수 있는 3급을 받기 때문이다. 장관 보좌관을 징검다리로 해 산하기관에 진출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민간 기업들이 만든 협회의 임원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곽해곤 전 청와대 비서관(2급 상당)은 부동산신탁업협회 부회장, 임유 전 행정관(4급상당)은 여신전문금융업협회 상무로 영입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정부 기관에 재취업한 인사들로는 박금옥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현재 국회의장 비서실장), 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 등 상당수에 이르렀다. 반면 이해성 조폐공사 사장, 김용석 철도공사 감사, 정명채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김남수 전기안전공사 감사 등은 노 대통령에게 발탁돼 청와대에서 일했다. 그러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산하기관에 간 인사들을 '낙하산 잣대'로만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컨대 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 같은 경우 노동계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8년간 노사관계 업무를 전담하다 고용정보원 출범 업무를 맡게 됐다는 것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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