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노부모 방치 아버지 동상으로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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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한겨울에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 방치했다가 이 중 아버지를 숨지게 한 아들이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중소기업체 사장인 박모(47)씨를 존속유기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또 박씨의 아내 장모(43)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박씨는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졌던 지난해 12월 30일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자신의 빌라에 찾아온 노부모를 골방에 들인 뒤 창문을 열고 보일러와 전화 코드까지 뽑은 후 부모의 식사도 챙겨놓지 않은 채 일주일 동안 여행을 떠났다.

냉방에서 지내던 박씨 부모는 6일 뒤 보일러 고장을 살피러 온 경비원에 의해 실신 상태로 발견,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동상과 패혈증, 영양실조 등으로 40일 뒤 숨졌고 어머니(78)는 입원치료를 받고 최근에서야 퇴원했다. 박씨는 이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가 누나(53)의 고소와 어머니 증언으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2002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 경영권 상속을 둘러싸고 부모.형제들과 다툼을 벌여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경찰에서 "부모와 부딪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집을 떠났을 뿐 보일러 코드를 뽑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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