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이셋맞벌이] 키우기 힘들어도 … 아이들에겐 형제가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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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미국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둘째 계획을 세우려고."

유학 간 남편을 따라 2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 언니를 지난주 만났더니 이 말부터 꺼냈다. 꽤 오래전부터 "둘째를 낳고 싶다"는 말을 해왔지만 이렇게 의지가 확고하진 않았다. 이번엔 단단히 결심을 했나 보다. 심지어 점쟁이가 아이를 낳으려면 붉은색을 가까이하라 했다며 좋아하는 청색 대신 붉은색의 침구를 구입하고, 좋다는 출생 월까지 받아 놓았단다.

"외국 사람들을 보니 셋이 기본이더라고. 화목해 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아이가 하나인 게 외롭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남편도 그랬는지 그렇게 둘째를 반대하던 사람이 이젠 아직 생기지도 않은 둘째 얘기만 나와도 흥분한다니까."

외국에서 살다 보니 형제 없이 자라는 딸이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첫 아이가 외로울까봐 둘째를 낳는 것 같아 고민도 했지만, 그래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둘이 좋다는 언니의 의견에 나도 찬성하는 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솔직히 갓난아기를 키우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딱 1년만 키우면 나름대로 편해지긴 하지만 그 1년이 꽤나 힘든 건 사실이니까. 게다가 언니는 첫 아이가 여덟 살이니 이젠 편하게 살 수도 있는데, 굳이 일부러 힘든 길로 다시 들어가야 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의 나이 차도 걱정됐다.

"내가 겁이 없잖아. 그런 거 걱정 안 하려고. 나도 우리 언니랑 아홉 살 차이인데, 크니까 나이 차가 나는 것도 아니더라고. 게다가 내가 크니까 언니가, 오빠가 있는 게 너무 좋더라. 그 좋은 감정을 내가 조금 힘들 수도 있다는 내 이기심으로 우리 아이에게는 못 느끼게 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하긴 나 역시 큰언니와는 열한 살, 오빠와는 여덟 살, 둘째 언니와는 다섯 살 차이인데도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과의 추억보다 형제들과 재미있었던 기억이 더 오래 남는 듯하다. 언니 말대로 어찌 보면 아이들이 누려야 할 좋은 추억 중 하나를 부모의 이기심으로 빼앗는지도 모르겠다. 언니가 무사히 둘째를 낳기를 바란다.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나이 차 많은 형제 vs 연년생 형제

① 나이 차 많은 형제 - 나는 1남4녀 중 넷째다. 위로는 나이 차가 꽤 나는 편인데,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중.고생이었던 언니.오빠는 무섭기보다 무척 든든했다. 큰언니가 동생들을 모아 놓고 해줬던 무서운 얘기, 학교에서 배웠다며 만들어 주었던 카레와 샌드위치. 오빠가 태워줬던 이불과 베개로 만든 배 등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나이 차가 있으면 서로 돌봐주는 시스템이 되는 듯하다.

② 연년생 형제 - 여동생과는 연년생.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이보다 가까운 친구는 없다. 지금도 우리처럼 마음 맞는 쇼핑 친구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며 함께 쇼핑을 가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를 정도. 동생 친구들과도 친구나 마찬가지다. 연년생은 무엇보다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장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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