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욕구 지방분산|지자제법안 통과…어떤 변화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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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마지막날인 19일 가까스로 여야가 합의해 지방자치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5·16쿠데타로 중단된 지 30년만에 지자제가 부활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은 또 지난 15일 여야영수회담에서의 11개 합의사항 중 가장 먼저 가시화 된 정치적 성과이기도 하다.
내년 상반기 중 지방의회의원 선거, 91년 상반기 중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구체적인 지자제 일정이 잡힘으로써 중앙으로만 몰리던 정치욕구의 「현지충족」이 가능해졌다.
정치수요의 분산과 함께 국가권력의 분포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돼 그야말로 풀뿌리민주정치의 새로운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심이다.
특히 이번 개정협상에 받아들여진 민정당의 「연합공천제」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운영될지 여러 가지 관측이 무성하다. 연합공천은 협상마지막 단계에서 민정당이 제의한 것인데 단순한 선거전략용이라기 보다는 정당간 정책·정치연합, 나아가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장기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지자제협상으로 내년에 실시되는 것은 특별시·직할시·도·시·군·구의 지방의회다.
야당측은 읍·면·동까지 기초자치단체에 포함시켜 전면실시를 주장했으나 조정과정에서 대체로 민정당 안을 받아들였다.
시·군·구 행정단위는 대체로 행정구역조정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나 2백40여 곳에 지방의회가 만들어지는 셈이며 한 자치단체에 2∼5명을 뽑는 중선거구로 5천여 명의 지방의원이 배출된다.
아직 세부적인 절차나 의원정수가 확정되지 않아 다소 유동적이지만 이들은 새로운 정치예비군을 형성할 것이며 각 정당의 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농·수·축협단위 조합장선거에서 정당이 거의 맥을 못 췄듯이 각지방의 자기네 살림을 맡아보는 대표를 뽑는 것인 만큼 정치적인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보는가하면 다른 쪽에서는 정치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상반된 해석을 하기도 한다.
평민당측이 정당공천제를 끈질기게 주장한 것은 지자제가 정당구조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평민당의 경우는 호남을 싹쓸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자제가 오히려 4당의 지역분할을 더욱 확실히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정당공천여부와 함께 마지막까지 협상의 쟁점으로 남았던 것은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의 임면방법.
현행법에는 「시·도의 부시장과 부지사는 내무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시의 부시장과 부군수 및 부구청장은 당해 지방 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영향력을 되도록 많이 확보하고 현재 재직중인 직업공무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야할 입장인 민정당은 이 부분을 고집, 일단 처음 한번은 중앙임명을 관철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지방자치법개정안은 상급자치단체가 하급자치단체에 시정명령·취소권 등의 감독권을 행사하되, 하급단체가 불복할 때는 제소 같은 방법을 동원할 수 있게 했다. 또 지방의회에 감사권을 주고, 국회가 국가위임사무에 한해 지방자치단체에 국정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견제장치도 두였다.
여야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과 지방자치단체장선거법은 내년2욀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선거구획정·의원정수 같은 문제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열악하고 고르지 못한 재정자립도, 지역당 구조의 지방이전 등 몇몇 우려 속에 지자제가 어떤 방향으로 정착해갈지 큰 문제다.
내무부측은 지방의원선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일을 하위법규 정비기관과 주민등록정비 등 선거준비작업, 선거운동기간을 포함해 80여 일로 잡고있어 내년6월까지는 어떻게든 풀뿌리 민주주의의 싹이 돋는 모습을 보게될 것 같다. <노재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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