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방향으로 비틀어지는 '배 째'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돌발적인 경질을 둘러싸고 파생된 ‘배 째’ 발언 파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틀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문제 발언의 진원지를 묻는 ‘공개 질문’을 던진데 대해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이 ‘유언비어’로 몰아세우면서, 유 전 차관 경질 문제의 ‘진실 규명’을 흐리게 할 수 있는 '곁가지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양측간 공방의 단초는 한나라당 고 의원이 지난 14일 당 홈페이지의 ‘국회의원 발언대’ 코너에 “‘BJR(배 째라)’, 노 정권은 조폭정권인가?”란 제목으로 올린 칼럼.

이 글에서 청와대측이 ‘유언비어’로 문제 삼은 것은 “인사 청탁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배 째라면 배 째 드리지요’의 워딩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이 말을 한 사람은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란 대목이다.

청와대 정 대변인은 고 의원의 글이 나온 다음날인 15일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을 갖고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유포한 고 의원에 대해 엄정한 법적ㆍ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발끈했다.

청와대측의 이 같은 반응이 나오자 고 의원측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16일 고 의원측 관계자는 고 의원이 자신의 칼럼에서 청와대측이 문제 삼은 글의 바로 앞 부분에 “나는 이들이 해명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공개질문을 하고자 한다”고 전제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청와대가 단단히 오버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이 관계자는 “고 의원은 칼럼에서 단정적으로 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배 째’ 발언 파문과 관련,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침묵하지 않고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라며 “청와대측은 고 의원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측이 고 의원의 칼럼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 “청와대 어느 누구도 소위 ‘배 째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음을 밝힌다”고 처음으로 해명하고 나선 것과 관련, “이제 비로소 ‘배 째’라는 발언에 대한 ‘진실 게임’이 시작되게 됐다”고 반겼다.

‘배 째’발언 파문의 한 쪽 당사자인 청와대측이 침묵을 끝내고 가(可)든, 부(否)든 입장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진실을 가릴 수 있는 ‘기본 틀’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서울=데일리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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