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 강원도 도로사업소 발암물질 오염원 놓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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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원도 원주시가 우산공단 일대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 기준치보다 많이 검출된 것과 관련, 강원도 도로관리사업소를 오염 원인자로 지목한 데 대해 도로관리사업소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원주시는 지난 4월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우산공단 일대와 육군 제1 군수지원사령부 인근 토양 및 지하수 오염 실태에 대해 6개월 간 정밀 조사를 한 결과 다량의 TCE가 검출됐다고 14일 밝혔다.

원주시에 따르면 환경관리공단이 25곳의 지하수 수질을 검사한 결과 12곳에서 기준치(0.06㎎/ℓ) 이상의 TCE가 검출됐다. 특히 S식품 창고에서 1.524㎎/ℓ, 또 다른 S식품의 지하수에서 1.183㎎/ℓ이 검출됐다. 또 34개 지점의 토양 조사 결과 도로관리사업소 지점에서 기준치(8㎎/㎏)의 4배 가량인 29.38㎎/㎏이 검출됐다.

이와 관련, 환경관리공단은 우산공단을 중심으로 오염원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TCE 성분을 함유한 약품을 사용하는 곳은 강원도 도로관리사업소 품질 실험실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 도로관리사업소가 1988년 설립 이후 98년까지 아스팔트 강도 실험을 할 때 TCE 성분이 함유된 시약류를 연간 5백ℓ정도씩 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혔다.

원주시 환경보호과 박상현씨는 "환경관리공단이 지형여건, 수위 변화, 지하수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내놓은 결과인 만큼 도로관리사업소에 오염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로관리사업소는 "아스팔트 함량 실험 후 시약은 용기에 담아 보관하다가 폐기물처리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며 "TCE를 사용한다고 해서 오염 원인자로 지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도로관리사업소 김남철소장은 "TCE는 아스콘공장과 냉매를 다루는 자동차 정비공장.판지공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물질로 이미 폐업한 업소에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 보고서를 입수하지 못해 대응 방안을 세우지 못했으나 원주시의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는 TCE가 검출된 약수터와 지하수에 대해 사용 불가조치를 내혔다. 또 조사결과를 환경부에 보고하고 강원도에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복원대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

TCE는 휘발성이 강한 유독성 물질로 장시간 노출되면 암을 유발하거나 중추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원주=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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