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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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손택수(1970~)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 발자국

끊어진 곳 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동양에서는 문자가 새의 발자국을 보고 생겨 나왔다지. 지상의 것과 천상의 것을 반쯤씩 가진 새의 흔적이 문자가 되었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생각거리다. 뒤를 가리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새의 발자국을 들여다보며 해석하기를, 날아오르는 힘은 뒷걸음에 있다고 한다. 되돌아보며 나아가는 것이 참되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온 말, 초월은 맹목으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리. 수많은 첨단이 곧 야만이 되기도 했다는 미래의 전설을 지금 인류가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 해볼 만하지 않은가.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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