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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과목 홀대해서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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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런데 고교 지구과학 과목이 위기에 처했다. 고1 때까지는 지구과학이 물리.화학.생물 등 다른 과학 과목과 균형을 이루며 교과서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고2 때부터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된 1998년 이후에는 지구과학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문제는 과목 선택 과정이 결코 자유경쟁이라고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 기준으론 흥미와 적성이 우선돼야 하지만, 대학 입시에 유리한지가 최우선 기준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세칭 일류대학들의 입시 전형에선 고교의 지구과학 과목이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물리.화학.생물 등 다른 과학 과목들이 대부분 대학 이공 계열의 주요 전형과목이란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과학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주요 대학들이 지구과학을 입시 전형과목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지구과학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 과학 성격이 짙은 지구과학은 고교생들이 지구의 다양한 현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지진.화산.쓰나미 등 갈수록 심해지는 자연재해와 지구환경 문제도 모두 지구과학의 학습 내용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외국의 교육정책은 초.중등 교육에서 지구과학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 전통적으로 지구과학을 중시해 온 국가들은 자연재해나 지구환경 문제 등을 지구과학 과목에 추가하고 있다. 호주.프랑스.독일 등 지구과학을 홀대해 온 국가들도 최근 지구과학을 새로운 과목으로 추가하는 추세다.

지구과학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흔하게 접하는 현상을 흥미롭게 배우기에 적합하고, 환경변화 등 새로운 문제 파악과 해결에도 크게 기여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고교에서의 급격한 지구과학 선택률 하락 현상은 심히 우려할 만하다. 정부가 지구과학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신동희 단국대 교수·과학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