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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캠핑장·에코스쿨…기후위기, 버려졌던 폐교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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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는 10월 가족학교 등 주민 친화 공간 및 생태체험 학습장으로 개방을 앞둔 전남지역 폐교인 곡성군 도상초등학교에서 편의시설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오는 10월 가족학교 등 주민 친화 공간 및 생태체험 학습장으로 개방을 앞둔 전남지역 폐교인 곡성군 도상초등학교에서 편의시설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강서구 공진중에 생태숲 들어선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협약서에 서명했다. 지난해 2월 폐교한 서울 강서구 공진 중학교 부지를 '에코스쿨'로 조성하는 내용의 '에코스쿨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이었다.

에코스쿨은 서울시민 모두가 생태·환경·기후변화 등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교육 거점시설로 오는 2024년 9월 준공이 목표다. 건축 연면적 약 2055평의 부지에 242억원이 투자된다. 앞서 서울시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위협에 대응하는 학습환경 마련을 골자로한 '제3차 서울시 환경교육종합계획' 5개년 계획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폐교 건물 밖에는 자생식물을 활용해 미세먼지 등을 저감하는 완충 숲, 탄소 저감 숲 등이 들어선다. 학교 한켠에는 온실, 양묘장, 생태연못, 텃밭 등 체험공간도 조성된다.

건물 내에는 환경교실, 연구실, 학습자 쉼터, 작업공간, 도서관, 영상제작실 등 교육시설로 꾸며진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시설 운영과 연구,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을 맡고, 환경부는 기후·환경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교구·교재 등을 지원하게 된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에코스쿨 생태전환교육파크 조성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에코스쿨 생태전환교육파크 조성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전남, 폐교만 833개…로컬푸드점·캠핑장 등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생긴 폐교를 활용하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에선 전국 최초의 광역단위 '환경교육 거점시설'로 폐교 부지가 지정되는가 하면 부산에서는 기후변화 교육시설이 폐교에 들어선다.

폐교를 재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고령화로 학령인구 감소 현상이 큰 지방 시군에서 두드러진다. '차박 캠핑장'과 '생체체험장' 등 다양한 폐교 활용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전남 지역이 대표적이다.

전남교육청은 오는 2024년까지 총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34곳의 폐교를 '주민 상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간 매각·임대 위주였던 폐교 활용 정책에서 벗어나 각 지자체와 손을 잡고 직접 시설을 운영·투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꿨다. 매각·임대의 경우 폐교에 대한 관리 소홀로 장기간 방치되거나 교육적 활용성이 낮은 형태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전남지역 폐교 숫자는 2010년 현재 누적 509개교에서 올해 833개교까지 늘었다.

순천 승남중외서분교장은 생태체험 학습장 및 로컬푸드점, 차박 캠핌장 등 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곡성 도상초는 솔밭을 이용한 쉼터뿐만 아니라 가족학교로 운영한다.

여수시 돌산중앙초는 폐교 부지 인근 숲과 넓은 해안가 등 빼어난 경관을 활용해 폐교 안팎에 계절별 꽃 단지와 정원을 조성한다. 영광 홍농남초계마분교장은 지역 명물인 가마미해수욕장과 도보로 1분 거리라는 점을 활용해 공원과 산책로, 관광객들을 위한 쉼터로 조성한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지자체와 마을을 제외한 개인에게 폐교를 매각하거나 임대를 주는 행위를 지양할 것”이라고 했다.

IT·디자인 등 '직업교육원'으로 재탄생

청주시 상다구 수동 옛 주성중학교 건물이 재탄생한 '충북진로교육원'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시 상다구 수동 옛 주성중학교 건물이 재탄생한 '충북진로교육원' 프리랜서 김성태.

구도심에 남겨진 폐교를 문화예술, IT, 보건의료 등 직업체험 공간으로 꾸민 곳도 있다. 충북교육청은 2017년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옛 주성중 건물을 리모델링해 ‘충북진로교육원’을 설립했다. 연면적 8925㎡(2700여평) 규모로 디자인, 로봇기술,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IT, 문화예술, 보건의료 등 11개 직업군을 경험할 수 체험마을을 만들었다. 진로상담실은 별도 운영되고 있다.

체험마을은 실제 직업 환경을 비슷하게 재현한 게 특징이다. 디자인 마을에서는 현직 디자이너와 함께 간단한 옷을 디자인하고 패턴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로봇기술마을은 로봇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로봇 구동체험을 할 수 있다.

보건의료마을에선 응급치료 미션과 사회복지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활동 강사 80여명이 교육을 돕고 있다. 개관 이후 매년 4만~5만명의 학생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개인에 매각·임대 대신 '주민공간'으로

부산 기장군 옛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 부지에 들어선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생태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부산교육청.

부산 기장군 옛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 부지에 들어선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생태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부산교육청.

부산시교육청은 2017년 4월 고리원전 인근에 있는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 폐교 자리에 ‘학리 기후변화 교육센터’를 조성했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초중고 학생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와 저탄소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소규모 체험활동장으로 꾸몄다. 학리분교 부지 1600㎡(502평)에 조성된 센터는 건물 3개 동으로 이뤄졌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100%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

교육센터엔 태양광으로 가는 자동차, 압전소자를 이용한 영상물, 자전거 발전기, 풍력발전 체험기 등 4가지 체험시설물을 갖췄다. 태양열 조리기, 온실 체험 장비 등 다양한 실습기구도 비치됐다. 또 지역 환경 전문가와 연계해 '기후에너지 교실', '무인도 탈출' 등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교육도 시행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환경부, 부산시와 협력해 해운대구 반여초등학교 부지에 부산 환경체험교육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 세계 인류가 기후위기 대책에 이렇게 절실한 적 있었나 싶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쳤다”며 “에코스쿨 시범사업이 서울시민과 미래세대가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을 깊이 체화하고 내면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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