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수주 기록 갈아치운 조선3사가 1조씩 적자라고?

중앙일보

입력 2021.08.18 18:37

업데이트 2021.08.18 19:19

국내 조선 ‘빅3’가 올해 상반기에 역대급 수주를 올리고도 각각 1조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다. 더구나 4년 연속 글로벌 수주량 1위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1조원대 적자라니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는 이같은 ‘수주 잭팟의 역설’에 대해 “흑자를 보려면 1∼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 제조의 주원료인 후판 가격 변동과 건조비를 2년여 후에 받는 조선업의 특성때문이다.

수주 목표 다 채우고도 손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상반기에 7조478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8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9447억원(매출 3조2900억원), 대우조선해양은 1조2203억원(매출 2조1712억원)의 적자를 봤다.

하지만 조선3사는 상반기에 이미 올해 목표 수주량의 74.4% 채웠다. 한국조선해양은 목표치인 149억 달러(약 17조4600억원)를 훌쩍 넘겨 174억 달러어치를 수주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의 올해 1~7월 수주량은 1276만CGT(표준화물톤수)로 13년 만에 최대치다. 또 7월에는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 4000㎥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연합뉴스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 4000㎥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연합뉴스

“건조비용 20% 차지하는 후판이 결정적”  

국내 조선업계가 상반기에 이같은 수주 실적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본 ‘수주 잭팟의 역설’은 우선 후판 가격 상승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비용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t당 65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던 후판 가격은 올 상반기 7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박사는 ”1분기 후판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약 20% 올랐는데 조선사들은 이를 2분기 실적을 계산하면서 비용으로 처리했다”며 “2분기에는 하반기 후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 그 비용까지 실적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헤비테일(Heavy-Tail)수주 방식의 영향도 있다. 선박 공정의 5단계인 RG(선수금환급보증)발급ㆍ절단ㆍ탑재ㆍ진수ㆍ인도 중 인도 단계에 대금의 60% 이상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주로 이뤄진다. 이 경우 통상 2년 정도 걸리는 선박 건조 기간 동안 조선사가 자비나 대출을 통해 건조에 드는 비용을 많이 떠안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8960억원을 공사손실충담금으로 반영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8000억원, 3720억원을 충당금으로 기재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 삼성중공업]

수주량은 많지만 업체간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도 적자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가 적어지다 보니 업체들 간 저가 수주 경쟁이 붙었는데 악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철강 업체 후판 가격 줄다리기  

조선업체는 중장기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철강값이 안정되고 있고 또 인상돼도 향후 계약할 선박 가격에 이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체들은 현재 포스코ㆍ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값이 t당 200달러였던 시기를 기준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중국 정부가 철강재 생산을 규제하면서 수요가 줄어 t당 160달러대에 거래된다”며 “이를 반영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철강업체 인사는 “원자재 가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려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들여온 원자재 가격에 맞춰 후판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선박 가격을 뜻하는 신조선가지수(1988년 1월 선박 건조비용 100 기준)가 9개월째 상승하고 있는 것도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신조선가지수는 이달 초 144.5포인트로 2011년 9월 140.6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14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많은 일감을 확보한 조선소 입장에서 선가를 더 올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조선업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그때는 150포인트를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23조 카타르발 LNG선 수주 대기

특히 조선 3사는 하반기의 카타르 프로젝트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5년간 총 100척의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발주되는 23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지난해 6월 슬롯 계약(가계약)을 체결했다. 이은창 박사는 “올 하반기부터 발주가 나올 것"이라며 "조선사들은 인상된 후판 가격을 반영해 선박가격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조선 3사는 상반기 발주된 대형 LNG운반선 16척을 싹쓸이 수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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