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탈레반이 3군사 출신? 아프간에 뜬 한국군 '개구리 전투복'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에 실린 탈레반 관련 보도에 탈레반 대원들이 한국군 옛 군복인 일명 '개구리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르피가로 캡처]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에 실린 탈레반 관련 보도에 탈레반 대원들이 한국군 옛 군복인 일명 '개구리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르피가로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한국군 구형 전투복(일명 '개구리 전투복')을 입은 모습이 외신에 포착돼 화제다.

16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한국군 구형 개구리 전투복 근황.jpg'라는 제목의 글에서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 기사를 공유하며 "무슬림 나이지리아인·파키스탄인으로 구성된 보따리상이 한국의 구제 의류 도매상에 방문해 대량 매수해 확보한 구형 국군 전투복을 아프간 탈레반에 납품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 BBC, 독일 슈피겔 등의 탈레반 관련 보도에서도 탈레반 대원들이 '개구리 전투복'을 입고 행군하거나 소총 등 총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들 사진에서 한 대원은 ○호(가방끈에 가려 성이 보이지 않음)라는 이름표가 그대로 새겨진 야전상의(야상)을 입고 있었으며, 다른 대원의 야상 왼쪽 팔엔 '3군 사령부'의 부대마크나 오른쪽 팔에는 병장 계급장 등이 붙어있었다.

탈레반 군복의 3군사령부 마크.

탈레반 군복의 3군사령부 마크.

아직까지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개구리 전투복'이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쇼핑 캡처]

아직까지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개구리 전투복'이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쇼핑 캡처]

탈레반 대원들이 착용한 전투복은 한국군이 지난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사용했던 '얼룩무늬 전투복'이다. 군 관계자들은 예비군 훈련을 마친 전역자들이 헌 옷 수거함이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놓으면서, 민간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중고 전투복이 보따리상 등을 통해 대량으로 외국에 팔려나간 것이다.

과거 한국군 군복을 입고 북한군이 훈련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같은 과정으로 '개구리 전투복'이 탈레반에까지 넘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투복 유출 논란이 커지자 지난 3월 국방부는 '불용 군복류 불법 유출 근절을 위한 민·관·군 협의회'를 최초로 열었다. 환경부·경찰청·관세청을 비롯해 중고거래 플랫폼업체, 중고의류 수출업체 등이 참여해 전투복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범부처 차원에서 단속반을 운영하고,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전투복이 팔리면 국방부에 알리기로 한 것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 등에선 전투복 등이 판매되고 있다.

2011년 도입된 신형 디지털 전투복. 변선구 기자

2011년 도입된 신형 디지털 전투복. 변선구 기자

한편 한국군은 이미 지난 2011년부터 '디지털 전투복'을 도입해 보급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여간 혼용 기간을 마치고 2014년 8월부터는 신형 전투복만 착용토록 했다. '군복단속법'은 유사군복의 판매·착용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신형 전투복 도입에 따라 '개구리 전투복'은 현재 군복단속법에 따른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