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는 2018년 이후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김씨가 최근에는 주 2~3일씩 호남 일대를 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남편 이 지사를 돕기 위해서다.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 14일 광주 동행 인터뷰
김씨는 지난 14일 오전 9시20분 광주 양림동 ‘평화의 소녀상’을 찾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우산을 쓴 채 헌화한 김씨는 숙연한 표정으로 묵념했다. 뒤이어 찾은 ‘조아라 기념관’에서 김씨는 “광주의 어머님들 사진 한 번 찍을까요”라며 주변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수행팀에선 김씨가 전날(13일)에도 담양·곡성·구례를 연달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한 탓에 “발목에 무리가 갔다”며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오전 동행 인터뷰에서 만난 김씨의 호남 일정에 대한 의지는 굳건해보였다.
- 언제부터 지방 순회를 시작했나
-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장인상(7월 14일)에 대신 조문한 그 다음주부터 매주 돌고 있다. 호남은 일주일에 2~3일, 수도권 등 다른 곳도 돌아보고 있다.”
- 요청이 많았다던데 늦게 참전했다
- “난 요청이 많았다는 걸 몰랐다. 그 사람(이 지사)이 그 전에 저에게 정치적 공격이 들어오고 한 게 그렇게 미안했는지, 정치 관련 부탁하는 걸 힘들어 한다. 이번에도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안 될까’라고 물었다. ‘이 정도는 해줘야 돼’라고 했으면 내가 ‘노’ 할 수도 있었을텐데…(웃음) ‘가라면 갈게’라고 답했다.”
- 돌아다닌 효과가 지지율에 반영된 것 같나
- “그건 말도 안 된다. 특히 호남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이 지사는 일을 시키면 변화된 일을 할 사람’이란 믿음이 있더라. 어제는 ‘찍을 수 있게 나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말 기대에 부응하게 해야한다는, 가슴 서늘하게 그런 생각도 했다.”
- 집에서 이 지사와 정책 관련 의견교환도 하나
- “기본소득 처음 연구할 때도 ‘국민들에게 돈을 기본소득으로 배당하는 건 어때?’라고 물었다. 제 반응은 ‘왜 나라에서 돈을 줘?’였다. 제가 보통 수준 국민이라 생각해서 구상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것 같다.”
“남편 품격 없단 말 억울. 심플·담백한 면에 끌려”
대화를 이어가던 김씨는 갑자기 “꼭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며 먼저 얘기를 꺼냈다. “남편(이 지사)에게 품격 없다고 그러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김씨는 “이 사람이 집안일도, 나라일도 일이 정체돼서 꼬여있는 걸 못본다. 나서면 좋은 소리 못듣는데 꼭 나선다”며 “집안에서 저를 변명해줄 때도 그랬다. 본인에게 구정물 튀고 욕먹을 수 있는데도 해주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사는) 본인보다는 상대방을,국민들을 품격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본인이 ‘에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 이미지를 위해서 (가만히) 있는 게 그게 진짜 품격인가. 억울해요”라며 웃었다.
- 이 지사가 ‘태어나서 제일 잘 한 일이 아내와의 결혼’이라고 해 화제가 됐다
- “하하. 저 문자 많이 받았다. 올해로 결혼 30년이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한일인지까지는 아직 모르겠다.(웃음) 더 살아봐야지 알 것 같다.”
- 이 지사의 첫인상은 어땠나
- “나이 많이 들어보이고 아저씨 같았다. 20대에 변호사니까 결혼한 척 반지도 끼고 다니고… 첫눈에 반하진 않았지만 만날수록 심플하고 담백한 사람, 치사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끌렸다.”
- 심플·담백했던 경험은
- “보통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좀 있어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싶어하지 않나. 그런게 전혀 없었다. 큰 시누가 식당에서 일할 때였는데 초반부터 보러가자더라. 나쁜 직업은 아니지만 자랑할 만한 상황도 아니잖나. 전혀 거리낌이 없이 초반부터 있는 그대로 오픈을 다 했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그게 먹혔던 것 같다.”
- 이 지사가 밖에서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인데, 집에서도 그런가
- “집에서는 을이다.(웃음) 제가 갑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요렇게(손짓). 정치하는 거 하나만 딱 양보 안한다. 요즘은 (이 지사가) 눈물도 많다. 저는 드라마를 봐도 잘 안우는데, 이 사람은 어느새 훌쩍훌쩍하고 있다. 바깥 이미지랑 내가 집에서 보는 걸 비교해보면 ‘참 이 사람 억울하겠다’고 생각한다.”
“네거티브에도 관계 굳건. 재판이 가장 힘들었어”
김씨는 “남편의 대외 활동에서도 저는 정치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받지 못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제 변명일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는 거다. 김씨는 “이 사람은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하는 거지, 싸워서 쟁취하는 타입은 아니다. 굽힘 없이 하는 걸 강하게 보는 것 같다”며 “사람들은 조금 시끄러우면 ‘어휴. 말어’ 이러지 않나”라고 말했다.
- 이 지사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는
- “제가 만드는 게 아니다.(웃음) 사실은 대통령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두렵고 피하고 싶은 자리라서다. 2017년 대선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 들어가신 뒤, 초대 받아서 간 적이 있다. 밥 먹고 얘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뒤로 돌아보니 두 분이 서 계신게 너무 짠하더라. 그 짐의 무게가… 누구는 저 자리가 좋고 성공한 자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저 무게를 어떻게 하나’는 마음이 들었다. 걱정도 됐고…”
- 강한 이미지만큼 공격도 많이 받았고, 실제로 고생도 했다
- “밖에서 볼 때 신기할 만큼 둘의 관계가 흔들림이 없었다. 트위터·여배우 사건·조폭 사건으로 한참 공격받을 때, 천하에 이런 나쁜 놈이 없을 정도로 이미지가 너덜너덜해졌을 때였다. 그 때 따라다니던 카메라 기자들이 너무 이상하다는 듯 ‘왜 이렇게 단단하냐’라고 하더라.”
- 이 지사는 재판도 받았는데
- “재판 때는 좀 힘들었다. 저는 괜찮았는데 이 사람(이 지사)가 너무 힘들어했다. 몸이 12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재판에 가정사와 관련된 부분이 있으니 직접 (서류를) 작성했는데,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출근 전까지 48시간을 먹지도 않고 썼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 어떻게 버텼나
- “그냥 버텨야죠.(웃음) 나중에는 오기도 생기더라. 나는 남편을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는데, 오물을 뿌린다고 그게 돌이 되는 게 아니잖나. 살살 닦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항소심 (유죄) 판결 때도 나는 그 자체로 힘들진 않았다. 터무니 없는 재판이었으니 밝혀질 거라 생각했다.”
‘정치인의 아내가 된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정도 사니까 후회라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걸 아는 거 같다.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이어 “파도는 늘 오지만, 작은 파도도 있고 큰 파도도 있다. 그걸 서핑하면서 넘을 수도, 허우적 거리며 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