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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으로 IQ ↓, 미세먼지로 감염자 ↑…‘갈수록 태산’ 코로나19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우드타운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캘리포니아주 소방대원들이 산불 앞에서 산불 확산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우드타운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캘리포니아주 소방대원들이 산불 앞에서 산불 확산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곳곳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산불이 내뿜는 미세먼지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이 있고, 코로나19가 유발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영·유아 인지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종식되기보다는 어린이에게 꾸준히 발병하는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과학자들이 분석한 ‘코로나19 파장’ #미세먼지와 발병률 상관관계 높아 #영유아 풍토병화 가능성 제기하기도

미세먼지 늘어나면 코로나19 사망자 증가

미국 92개 카운티에서 지난해 3~12월 화재가 발생한 기간을 색깔로 표기한 그래픽. 파란색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산불이 덜 발생했고, 빨간색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산불이 발생한 기간이 길었다. 회색은 이번 분석에서 제외된 카운티. [사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미국 92개 카운티에서 지난해 3~12월 화재가 발생한 기간을 색깔로 표기한 그래픽. 파란색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산불이 덜 발생했고, 빨간색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산불이 발생한 기간이 길었다. 회색은 이번 분석에서 제외된 카운티. [사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이 2주째 번지는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는 ‘2020년 미국 산불에서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코로나19 사망자·확진자 증가’ 논문을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3~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5개의 대형 산불을 조사했다. 위성과 지상 센서를 활용해 산이 불탄 시기를 추적해, 화재로 인한 오염물질(미세먼지·PM2.5)이 캘리포니아주·오리건주·워싱턴주 92개 카운티로 확산했다는 사실을 추적했다. 3개 주 코로나19사망자 수는 7만3000여 명이었다.

이어 날씨·인구통계학적 요인 등 다른 변수를 제어해 미립자와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의 관계를 조사했더니, 10㎛ 크기의 PM2.5 농도가 증가할 때 코로나19 사망자가 8.4% 늘어났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뷰트카운티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41%가 산불로 인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수준일 때 발생했다.

프란체스카 도미니치 하버드대 생물통계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산불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연기와 코로나19의 상호 작용은 매우 위험한 조합”이라며 “대기오염이 코로나19 확산을 가속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대기오염과 코로나19 확산의 인과관계까지 증명한 것은 아니다. 이르바 허츠-피치오토 UC데이비스 환경보건과학센터 소장은 “공기 중에 미립자가 많을수록 미생물이 인간의 폐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렇게 호흡기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 되면 코로나19 전염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집콕’, 영·유아 IQ 낮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집에 머물러있는 동안 태어난 영·유아가 인지능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2020년 7월 텅 빈 다저스타디움에서 훌리오 유리아스 LA다저스 투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자를 상대로 투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집에 머물러있는 동안 태어난 영·유아가 인지능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2020년 7월 텅 빈 다저스타디움에서 훌리오 유리아스 LA다저스 투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자를 상대로 투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는 영·유아 인지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12일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이 발표한 ‘코로나19가 영·유아 인지 발달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지능지수(IQ)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의학 논문 사전 공개 웹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게재한 논문에서 연구진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2011~2019년)에 태어난 영·유아(970명)와 직후(2020~2021년) 태어난 영·유아(176명)의 IQ를 비교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태어난 아기의 IQ(78·중간값)는 기존에 태어난 아기(100)의 78%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의 언어·운동능력 등 인지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뜻이다.

션 디오니 브라운대 의과대 소아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를 받고 지친 부모는 자녀와 상호작용이 상당히 감소했다”며 “코로나19 이후 태어난 영·유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자극·상호작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IQ가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유아의 낮은 IQ가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는 불분명하다. 또 이번 연구는 아직 국제학술지 검토위원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추후 논문 출판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은 제외될 수 있다.

어린이 풍토병으로 전개 가능성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어린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펜실베니아주립대 홈페이지 캡처]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어린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펜실베니아주립대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는 홍역·수두처럼 어린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수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이 11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 ‘전염병에서 풍토병으로 전환 시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대한 일반 모델’에서다.

풍토병은 특정 지방에서 특정 주민에게 지속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아프리카·남아메리카 지역에서 모기가 바이러스를 전달해 발병하는 말라리아·뎅기열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이 게놈연구를 통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1889~1890년 아시아에서 유행한 러시아 독감 바이러스는 유행 초기 성인에게 치명적이었다. 당시 70세 이상 성인 100만 명이 사망했다. 이후 백신이 등장하면서 현재는 생후 7~12개월 영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풍토성 감기 바이러스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 패턴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11개국에서 코로나19 베타 변이 바이러스가 연령대별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홍역·천연두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성인에게는 치명률이 높지만, 어린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고 증상도 경미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백신 예방 접종이 확산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영·유아를 주로 공격하고, 이로 인해 어린이 풍토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전염병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증상이 중증으로 발현하는 비율은 성인보다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19 완전 종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청(FDA) 청장은 13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나고 나면 코로나19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며 “코로나19는 최소한 미국이나 다른 서구 국가에서 풍토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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