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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반도체’에 1160원 깨졌다, 원화값 10개월 만에 최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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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개월 만에 원화 값이 달러당 1160원 아래로 떨어졌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4.8원 하락한 달러당 1161.2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 상승). 연초(1082.1원)와 비교하면 7.3% 하락했다. 원화값은 지난해 10월 6일(1161원)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160원 밑으로 내려갔다.

외국인 증시서 나흘간 4.5조 팔아 #달러당 원화값 연초대비 80원 하락

원화 값 하락을 이끈 건 주식 시장에서 거세진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1조9010억원에 달한다. 순매도로 돌아선 지난 9일부터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금액은 4조487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4조8900억원)과 맞먹는다.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국인 이탈의 방아쇠를 당긴 건 반도체 고점론이다. 지난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4분기 D램(DRAM) 가격이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을 제대로 흔든 건 지난 11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보고서다.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이 확장 국면에서 둔화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며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낮췄다. 외국인은 ‘셀 반도체’에 나섰다. 12일 하루 외국인이 내던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2조5000억원이 넘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최근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주장하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 목소리가 커진 것도 외국인 이탈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분석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저항선으로 여겼던 달러당 1157원 선이 깨졌다”며 “원화값은 연내 117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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