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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2200명’ 대선 적신호에 놀란 與…윤호중 “공급 차질 송구”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은 것과 관련해 “코로나 상황이 위태롭다”면서 “집단면역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승리 주요 요인’을 묻는 말에 “백신 공급 대안, 부동산 공급”을 꼽자마자 민주당이 ‘일 확진자 2200명 돌파’란 선거 악재를 맞은 거다. 민주당이 가장 걱정하는 건 고강도 방역 지속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외면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올해 4분기 손실은 내년 예산안으로 내년 초 지급되기 때문에 충분히 편성돼야 한다”면서 “일부 손실 보상수준으로는 안 되고 피해 회복에 충분한 진짜 손실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집단면역’ 배신당한 與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 김경록 기자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 김경록 기자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 정부가 장담해 온 ‘11월 집단 면역 달성’은 대선 승리의 대전제로 여겨져 왔다. 송 대표는 지난 3일 “정부 입장에서는 백신 접종률 70%가 될 때까지 지켜보면 전환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11월 이후 2차 백신 접종률이 70~80%를 달성하면 그 기점으로 방역정책을 전환해 치명률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김두관 의원)는 등의 말이 나왔었다.

민주당은 정부의 방역·접종 ‘투 트랙’을 강조해 왔지만 델타 변이의 급격한 확산에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감염병 분야 권위자인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70%가 올해 11월 접종을 완료해도 5차 유행은 올 것”이라며 “델타 변이로 인한 확산세는 예방접종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경고했다.

이날 당내 토론회에서도 적신호가 전달됐다. 친문 정책모임인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인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특임교수는 “글로벌 백신 허브가 포지티브하게 가능하다, 이렇게 쓰진 못한다” 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 가능한가’라는 제하의 세미나였지만 성 단장의 입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기대하는 희망적 사인은 나오지 않았다.

친문 세미나에선 “러시아 백신이라도”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6월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6월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접종 완료율이 OECD 국가 중 꼴찌다.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백신 수급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성 단장의 경고였다. 그는 코로나19 발병 이전의 결핵 사망률까지 언급하며 “만약 통일되면 북한 보균자가 80%로 예상된다. 판도라 상자일 수 있다”고 국내 전반에 만연한 방역 위기를 꼬집었다.

이날 토론 사회를 본 의사 출신의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선호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수급이 중요하다. 백신 전문가가 (국내에) 잘 없다”고 우려했다. 참석 의원 사이에서는 “스푸트니크 V 러시아 백신 당겨올 수 없나”(김경협 의원) 등의 위기감 섞인 질문도 나왔다.

의원들 사이에선 벌썬 대선 본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백신 접종율 조기 달성해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앞당겨야 하는데 백신 수급부터 꼬이고 있다”며 ”이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민생 회복 모두에 실패하면 대선은 해보나 마나”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확진자 증가 자체 보다는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오락가락한 말과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가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며 “대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野 “국정조사” 요구까지

반면 국민의힘에선 코로나19 확산세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김연주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코로나와 연관된 일련의 사태들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게 결국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 인식 때문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라는 발언을 꼭 해야만 했는지 진정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 부대변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백신 접종 완료율에 관해서는 왜 아무런 언급이나 상황 설명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20대 대선 유승민 예비후보와 공노총 대선정책기획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20대 대선 유승민 예비후보와 공노총 대선정책기획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과 이 정부는 양치기 소년처럼 계속 국민을 거짓으로 기만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백신 부족의 이유가 뭔지, 누가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됐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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