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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메타버스·반려동물 학과 신설…모집난에 "땜질 처방"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난 27일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단체인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고졸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달라"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제공]

지난 27일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단체인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고졸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달라"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제공]

취업률이 떨어지며 지원자 미달이 속출하고 있는 특성화고가 학과 개편과 교명 변경에 나섰다. 메타버스나 반려동물케어 등 최근 각광받는 분야와 관련된 학과를 만들었지만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서울 시내 특성화고 27개교의 학과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47개 학과가 감축·폐지되고, 44개 학과를 신설·증설한다. 현재 서울에는 특성화고 70곳이 있다.

신설 학과 중에는 메타버스·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기존 교육에 접목한 곳이 많다. 모바일전자과(송파공업고)는 AI전자과, 게임과(한세사이버보안고)는 메타버스게임과·클라우드보안과, 디지털전자과(휘경공업고)는 스마트전자과로 개편하는 식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케어과(성동글로벌경영고)가 처음 등장하게 됐고, 콘텐츠크리에이터과, 방송공연콘텐츠과 등 미디어 관련 학과도 새롭게 선보인다.

학교 이름에서 '공고'나 '상고'와 같은 이름을 떼어내는 곳도 있다. 용산공업고는 '용산철도고', 광운전자공업고는 '광운인공지능고', 대경상업고는 '대경생활과학고'로 교명을 바꾼다.

취업률 반 토막에 지원율 '뚝'

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막한 2021 고졸 성공 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1.6.15   hkmpo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막한 2021 고졸 성공 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1.6.15 hkmpo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많은 학교가 학과 개편에 나서는 건 최근 취업률 감소로 특성화고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일반고 직업반 포함)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졸업생 취업률(4월 기준)은 10년래 가장 낮은 27.7%였다. 2017년 기록한 50.6%에서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지원율도 떨어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특성화고 70곳은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평균 1.0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의 60%인 42곳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간판 바꿔도 똑같아...기초 기술 교육은 한계"

 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막한 2021 고졸 성공 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막한 2021 고졸 성공 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학과 개편과 교명 변경이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운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경기경일관광경영고 교사)은 "교명을 바꾸면 1~2년 반짝 지원율이 오르기도 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며 "인기가 떨어지면 몇년 만에 또 이름만 바꾸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과개편이 '간판 바꾸기'에 그친다는 점도 한계다. 학과 이름을 바꿔도 교사와 시설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년에 학과 개편을 앞둔 서울 특성화고 상당수도 교직원 구성과 교육과정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성화고 육성을 위해서는 현재의 기초 기술 교육 수준에 머물러선 안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임 부회장은 "산업 구조도 바뀌었고, 학생의 눈도 높아져 예전처럼 기초 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며 "학제와 교육과정을 개편해서 전문적 수준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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