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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동지회가 언론 홈피에 띄운 공작원 이름, 北 보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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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고 충북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 4명이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고 충북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 4명이 구속영장심사를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지령을 받고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 등을 벌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는 지난 5월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후 수사 상황을 피의자 중 한 명이 운영하는 충북 지역 인터넷 언론을 통해 보도하고 있다.

해당 인터넷 언론은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국정원이 이들과 접촉했다고 의심하는 북한 공작원 이름까지 공개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달 27일 충북동지회 조직원으로 의심하는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이들이 지역 인터넷 언론에 기사를 올리는 방식으로 북한에 수사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지검은 지난 2일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4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정황을 설명했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지난 5월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 등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북 보고가 어려워지자 지역 신문 홈페이지에 온라인 기사를 올려 자신들과 관련한 수사 상황을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구속영장에 "신문을 통해 수사관 실명, 자신들의 소환 일자, 장소 등을 사진과 함께 게재하며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라며 "북한 문화교류국에 자신들의 혐의 내용과 북 공작원 신원노출사실을 보도 형식을 빌려 알려줌으로써 이를 통해 통신 계정 삭제, 공작원 신분에 대한 구실 마련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도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될 경우 구체적 수사상황을 신문에 보도하는 형식으로 북에 알려 추가적인 증거인멸을 계속하도록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당시 법원은 4명 중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지역 인터넷 언론 운영자 손모씨는 영장이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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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신문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실제로 이들은 지난 6월 '북한 공작원 이○○은 대북 공작조들이 조작한 유령', '북한공작원 조○○, 이○○은 누구인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들은 기사에서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청와대가 국정원에 꽂아놓은 라인에서 전대미문의 실체 없는 정치논리로 공안탄압을 기획하고 있다"며 "청주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면담 요구서를 발송해 진상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썼다. 기사에 북한 공작원의 이름, 소환일자 등을 쓴 것은 북측에 일종의 신호를 보내 증거를 인멸하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피의자 혐의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 해달라"

손씨는 중앙일보와 통화 및 의견서를 통해 "동지회는 출처가 불분명하며 공안기관이 조작한 유령조직"이라며 "우리가 접촉했다는 북한 공작원 3명 역시 실제하지 않는 가공된 인물"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손씨는 "이 사건은 국정원과 국수본에서 가공한 조작의 전형이자 짜맞추기식 수사와 불법 사찰을 통한 불법 취득물의 결과"라며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의자들은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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