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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위해 한·미훈련 불가피, 북한에 사전양해 구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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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청와대는 뚜렷한 입장 천명 대신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군 주요 지휘관 보고 자리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히 협의하라”고 한 후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범여권 의원 74명이 연합훈련 조건부 연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김여정 하명”이라는 야당 비판을 받는가 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훈련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여권 내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다.

여권·정부인사 “통신선 복원때 논의 #북한 담화 의례적 반응으로 봐야”

다만 여권 내 훈련 연기론에도 불구하고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청와대가 북한의 사전 양해를 얻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익명을 원한 여권 핵심 인사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통신선 복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16일로 예정된 한·미 훈련 일정도 정상 간 친서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논의됐던 것으로 안다”며 “훈련에 반대하는 북한의 담화도 ‘대화의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닌 연례훈련에 대한 의례적 반응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침묵 배경에는 물밑 교감이 일부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로 해석된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미 훈련에 대해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여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고 했다. 훈련 취소를 압박한 내용이지만, 지난 3월 김 부부장이 한·미 훈련에 대해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한다”는 등 욕설을 섞어 비난했던 것에 비해 수위가 낮아졌다. 여권 인사는 북한의 낮아진 반발 수위에 대해 “남북의 교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월 김여정의 ‘욕설 담화’ 한 달 뒤인 4월부터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통해 소통해 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중앙일보에 “북한과의 소통 과정에서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환수를 위한 훈련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이번 훈련은 오히려 대화 기조를 이어가자는 제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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