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의 갤럭시, 7군단에 당했다…16개국 1등 빼앗겨

중앙일보

입력 2021.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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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삼성전자가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 16개 국가에서 스마트폰 ‘왕좌’ 자리를 중국 업체에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중앙일보가 홍콩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를 통해 입수한 올 2분기 국가별 시장점유율 드래프트(잠정치) 집계 결과다. 통상적으로 잠정 집계 수치와 확정치는 거의 차이가 없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분기 분석자료 입수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주요국서 中에 밀려
공장 있는 베트남서도 맹추격 당하는 중
샤오미 등 ‘7군단’ 남진·서진에 속수무책

“경영진단도 한 달 연장···위기의식 팽배
이러다 2~3년 내 세계 1위 빼앗길 수도”

세계 1위 57→41개국으로 급감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주요 73개국 중 41개국에서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기록했다. 2019년 2분기 57개국에서 점유율 1위였으니 16개국에서 수성(守城)에 실패한 셈이다.

이른바 ‘7군단’(샤오미‧오포‧비보‧화웨이‧원플러스‧리얼미‧아너)으로 불리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남진(南進)·서진(西進)하면서 삼성이 지키던 주요국 시장이 뚫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사에서 1위를 내준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홍콩‧방글라데시‧네팔이다. 그 자리를 오포‧비보‧샤오미가 차지했다. 수년 전부터 중국 업체가 공을 들였던 아프리카에선 나이지리아‧케냐‧알제리‧이집트‧카타르에서 1위를 내줬다. 독일과 프랑스‧호주·우즈베키스탄에서도 중국 업체에 덜미를 잡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삼성이 1위를 지킨 다른 국가에서도 중국 업체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시장 점유율은 17%로 2019년 2분기(21.3%)보다 4%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딜라이트샵에 갤럭시S21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딜라이트샵에 갤럭시S21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뉴시스]

삼성 점유율 17% “하반기도 힘겨운 상황”

특히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삼성전자의 2분기 점유율은 15%로 4위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비보가 22%로 1위였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 1분기에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동남아 주요 4개국(필리핀‧태국‧베트남) 합산 1위를 오포에 내줬다.

그나마 중남미에선 삼성전자가 여전히 강세지만 샤오미·오포‧비보 등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있는 베트남에선 1위(37%)를 지켰지만, 역시나 중국 브랜드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맹추격 중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삼성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부족이지만,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행보와도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샤오미는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고, 오포와 비보는 서남아·동남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어 전선이 넓어졌다”며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의 힘겨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점유율 0%대…‘중국발 나비 효과’라는 견해도

삼성전자의 부진이 장기적인 관점에선 ‘중국발 나비효과’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때 30%에 달했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0%대로 쪼그라들었고, 그 사이 중국 업체가 기술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키우면서 해외 시장에 대거 진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를 앞세워 각개전투 방식으로 삼성의 주요 거점을 공략 중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텃밭’이던 유럽 시장에서 올 2분기 점유율 25.3%로 시장 1위에 올랐다. 샤오미 설립자인 레이쥔 회장은 지난 3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너무 갑작스럽게 좋은 소식이 왔다”는 소감과 함께 ‘하트’ 세 개를 날리기도 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중앙포토]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중앙포토]

무선사업 경영진단 한 달 연장해 

삼성전자 내부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플래그십 기종인 갤럭시S 시리즈의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점유율 하락세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올 4월 시작해 지난달 마무리하려던 무선사업부 경영진단을 최근 한 달 더 연장한 것도 삼성의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익명을 원한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경영진단을 통해 어떤 대책과 전략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는 2~3년 안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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