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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발신제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창주 감독의 ‘발신제한’은 질주의 영화다. 자동차 시트 아래 설치된 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르고, 주인공 성규(조우진)는 자신과 두 아이의 목숨을 걸고 달려야 한다. 차에서 내릴 순 없다.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걸려온 전화의 지령에 따라 동분서주하며 달려야 한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과연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흥미롭게도 그 답은 영화의 첫 장면에 나와 있다. 바로 바다다.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 가득 파도가 보인다. 카메라가 점점 뒤로 빠지면서, 그 이미지는 사진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된다. 성규가 딸 혜인(이재인), 아들 민준(김태율)과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며, 그 안의 세 사람은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그들이 겪을 일은 끔찍한 악몽이다. 살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달리던 성규가 다다른 곳은 바닷가이며, 그는 자신을 협박하던 진우(지창욱)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바닷속으로 돌진한다. 그는 죽음을 선택한 걸까?

발신제한

발신제한

여기서 바다는 성규에게 종교적 공간이 된다. 차는 수중에서 폭발하고 성규는 기절한 상태에서 물 위에 떠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세례를 받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후 구조되어 목숨을 건진 그는 진심으로 회개한 크리스천처럼 과거를 뉘우치고 양심 선언을 한다. 액션 스릴러 장르 영화 ‘발신제한’엔 인간의 변화라는 테마가 있으며, 주인공 성규는 바다의 경험을 통해 어쩌면 구원받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