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역사 갈등 해법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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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 고려대 교수)이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미정)으로 다시 태어난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연구기관으로 2004년 3월 발족한 고구려연구재단이 2년 6개월 만에 문을 닫고 22일 창립될 동북아역사재단에 흡수된다.

◆연구중심 vs 정책 중심=동북아역사재단은 다루는 사안의 범위와 성격, 예산 규모 등에서 고구려연구재단과 많은 차이가 난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연구 중심'을 표방하며 박사급 상근 연구원 20여명이 고구려.발해 역사 등 북방사와 관련 연구성과를 내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직접 연구보다는 '정책 중심'이 될 전망이다. 고구려에서 동북아로 재단의 명칭이 변했듯 범위가 확대됐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물론 일본의 교과서왜곡, 독도문제 등 한.중.일 역사갈등을 푸는 전략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도 크게 확대된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연 60억원이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연 400억원 규모다.

◆장관급 이사장 누가 되나=이사장 대우도 격상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장관급으로 예정됐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차관급이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신임 이사장 후보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이만열 국사편찬위원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중석 교수와 이만열 위원장은 학계.시민단체가 추천했고, 문 교수는 정부측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이사진은 20명이 될 전망이다. 13명은 정부 추천 당연직 이사며, 나머지 7명은 시민단체.학계의 몫이다. 정부 추천 이사가 과반수가 넘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시민단체 쪽에서 벌써 제기된다. 동북아 역사갈등을 풀기 위해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기존 인력.재산 승계=고구려연구재단은 31일 공식 해산된다. 김정배 이사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년 6개월을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북한.중국.러시아.몽골 등의 관련 학자들과 고구려 역사를 놓고 함께 토론하고 합의하고 책을 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이제 북방사 연구가 본격 시작됐는데 재단의 문을 닫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구려를 정면으로 내세워 연구와 논쟁을 하지 않으면 자칫 고구려 문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구려연구재단의 기존 인력.재산.사업은 대부분 동북아역사재단으로 승계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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