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전 4파전 압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LG카드 인수전이 인수제안서 접수마감일(10일)을 앞두고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4일 하나금융지주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한 데 이어 농협도 우리은행과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카드 인수전은 신한, 농협-우리은행, 하나은행-MBK파트너스, SC제일은행 간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현재로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7일 "농협이 LG카드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투자를 통한 컨소시엄 참여는 곤란하며 농협에 5000억원을 대출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LG카드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우리은행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었다.

농협이 LG카드 채권단의 일원인 우리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LG카드 경영권 인수가 공개 경쟁입찰에서 공개매수 방식으로 변경돼 인수자금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경쟁입찰 방식에서는 인수가 가능한 최소 지분인 51%만 인수하면 됐지만, 공개매수 방식에서는 소액주주의 지분을 포함해 70% 이상을 인수해야 한다. 따라서 LG카드 인수대금 규모는 당초 예상치인 5조원 수준에서 1조~2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농협이 우리은행을 파트너로 택한 데는 LG카드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자기자본의 20% 이내에서만 출자하도록 돼 있는 농협법 규정 때문에 7000억원 정도의 외부 자금이 필요하다"며 "군인공제회 등 연기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토종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10일 인수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는 복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