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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도 '역풍' 걱정하는데…윤석열 "드루킹 특검 연장" 왜

중앙일보

입력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드루킹’과 댓글 여론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드루킹 특검 연장론, 수사 재개론을 꺼내 들었다. 야당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조차 “정치적 부담”을 언급하며 역풍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특검 연장론을 꺼낸 이유가 뭘까.

법조계에선 윤 전 총장이 2013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당사자로서 2018년 60일간 드루킹 특검 수사가 ‘윗선 개입’ 등 사건 실체를 파헤치진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주범은 김경수 아니다” 文 겨눈 윤석열

윤 전 총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여론조작의 유일한 수혜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이게 비서 김경수가 책임질 일이냐. 김정숙 여사가 과거 ‘경인선(드루킹의 외곽 선거운동조직)’에 가자'고 말하는 자료화면들이 남아있고 고위공직인 총영사 자리가 실제로 흥정하듯 거래된 게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익범 특검에게 진짜 책임자와 공범을 수사할 수 있도록 특검 활동을 연장·재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권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대선 불복 정치운동을 그만두라”(이재명 경기지사), “주인의 뒤꿈치를 무는 개”(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고 거세게 반발했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선 “배은망덕”(송영길 대표), “국가 문란이자 헌정 쿠데타”(김영배 최고의원), “저열한 정치공작”(한준호 원내대변인)이라고 융단폭격을 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야권에서도 2013년 댓글조작 수사의 ‘아픈 기억’ 때문에 분열이 감지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논리적 모순이 생길 수 있다”고 일축했고, “당시에 중앙지검장이었던 사람이 바로 윤석열 후보 아니냐”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당시 사건의 은폐 당사자로 지목되었던 분”(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지탄도 나왔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논란 이후인 27일에도 “현실적, 법리적으로 가능하다. 또 (그것을) 해야 한다”고 특검 재개론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김경수씨가 주범이라 생각 않는다”며 “민주주의의 근본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사건 재특검, ‘별도 입법’ 만이 해답?  

법률적으로는 허익범 드루킹 특검 수사나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드루킹 특검법) 14조는 특별검사는 확정판결 열흘 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사건 처리 보고서를 제출한 때 당연히 퇴직(활동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 기간 8일을 남긴 시점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윗선’ 수사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수사를 연장할 명분 역시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드루킹 특검팀은 지난 2018년 8월 25일 특검법상 1회 30일간 할 수 있었던 수사 기간 연장 없이 최단 기간인 60일 만에 특검 수사를 종료했다. 이에 역대 특검 중 스스로 수사 연장을 포기한 첫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미 연장의 ‘골든타임’이 지난 것이다.

이에 특검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연장은 불가능하다”며 “별도의 입법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특검 근무 경험이 있는 또 다른 검사 역시 “불가능하다”며 “새로 법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 장진영 기자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 장진영 기자

허 특검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인지? 단서 없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재수사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윤 전 총장이 ‘진짜 책임자’라고 주장한 것처럼 드루킹과 청와대와의 각종 연결고리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 전 지사는 ‘대표 친문 적자’로 불린다.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처음 소개한 사람은 송인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고, 드루킹 측의 공직 추천자에 대한 인사 면접을 본 사람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김정숙 여사가 2017년 대선 기간 드루킹의 ‘경인선으로 가자, 경인선도 가야지’고 직접 말하는 영상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만 백 전 비서관은 지난 2019년 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당시 부장검사 신응석)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송 전 비서관 역시 드루킹으로부터 200만원을 수수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송 전 비서관은 별도로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일가가 소유한 시그너스 골프클럽에서 매달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국정원 댓글 조작’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조직적 여론 조작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허익범 특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그 당시 ‘드루킹 활동’을 인지했을 개연성에 대해 “단서가 없었다. 그래서 특검 활동 기간 연장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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