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7년 따라다닌 ‘염전노예의 섬’…보랏빛으로 지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8 00:03

업데이트 2021.08.17 14:19

지면보기

20면

지난달 28일 전남 신안군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장. 박우량 군수가 “신안군 관내에서 장애인 불법 고용이 적발되면 염전 등의 허가를 취소하고, 고발 조치하라”고 말했다. 박 군수는 “염전·새우 양식장에서 장애인을 불법고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이 원해도 못하게 해야 한다”며 “신안군에서 장애인을 불법고용한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4년 신안에서 발생한 염전노예 사건의 여파가 7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여전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박 군수의 지시에 따라 신안군은 관내 염전과 새우 양식장 등의 장애인 불법고용 실태에 대한 특별조사를 벌이고 있다.

강제노역 장애인 재발 막기 위해
불법 고용땐 염전 허가 취소·고발

‘보랏빛 색깔 마케팅’ 이미지 변신
미국 CNN서 촬영 명소로 소개도

지난 21일 보랏빛으로 물든 전남 신안군 반월·박지도.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보랏빛으로 물든 전남 신안군 반월·박지도. 프리랜서 장정필

염전노예란 2014년 신안의 한 염전에서 노예처럼 강제노역을 하던 장애인들이 탈출 후 구출된 사건이다. 당시 장애인을 고용한 악덕 업주들이 제대로 된 식사나 잠자리, 임금도 제공하지 않은 채 감금 및 폭행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염전에 감금된 장애인들은 “탈출도 시도했지만, 매번 발목이 잡혀 매질을 당했다”는 진술도 했다. 당시 구출된 장애인 피해자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고 유인했다. 3개월만 일하라고 속인 후 섬에 팔아넘겼다”고 적혔다.

주민들은 “염전노예 사건 후 무분별한 지역 차별과 혐오에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신안지역 한 천일염 생산업자는 “염전 노예의 섬 신안에서 만든 소금이라는 오명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며 “신안에서 천일염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끝내는 차원에서라도 신안군의 이번 방침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암태도 기동삼거리에 설치된 벽화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 프리랜서 장정필

암태도 기동삼거리에 설치된 벽화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 프리랜서 장정필

신안군은 염전노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펴고 있다. 천사섬이란 ‘이름 마케팅’과 퍼플 섬이란 ‘컬러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천사섬이란 이름은 신안군이 관내에 유인도와 무인도가 1004개가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주력하고 있는 마케팅이다. 2019년 신안군 압해읍과 암태도를 사이에 둔 ‘천사대교’가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7.22㎞의 바다를 이으면서 펼쳐지는 풍광이 매력적인 다리다.

신안군의 외딴 섬의 풍광이 CNN에 소개된 일도 있었다.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 CNN에서 반월·박지도를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이라고 소개했었다. 반월·박지도는 2007년 보랏빛으로 칠한 ‘퍼플교’를 시작으로 보랏빛 색깔 마케팅을 해왔다. 안좌도에서 반월·박지도로 넘어가는 길목 초입부터 보랏빛 지붕의 집들이 늘어서 있고 섬으로 넘어가는 연륙교도 모두 보라색으로 칠해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섬’도 신안군이 내세우는 풍광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천사섬 분재공원 3㎞에 달하는 2004만 송이의 애기동백숲을 꾸미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외딴 섬인 신안군 지도읍 선도에서 열린 수선화 축제를 보려고 7만3000여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섬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만드는 ‘1도 1뮤지엄 사업’도 신안군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14개 읍·면에 24개 미술관 및 박물관을 만들 예정인데 현재까지 1004섬 수석 미술관과 조희룡 미술관 등 12곳이 완공됐다.

박정현 한국섬재단 사무총장은 “선정적인 섬 관련 범죄보도 때문에 섬이 차별받고 부정적 인식에 고통받고 있다”며 “염전노예 등 부정적인 인식이 반복되는 행태는 지양하고 섬의 역할과 긍정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