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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백제발언 왜곡해” 이낙연측 “호남불가론”…또 충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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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 투표 논란으로 충돌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맞붙었다. 이낙연 캠프가 이 지사의 지역주의 조장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백제 주체로 한반도 통합한 적 없다” #이 지사 인터뷰 발언 논란 확산 #정세균 “지금이 삼국시대냐” 비판 #김두관 “이낙연 당선 기원한 것” 두둔

이재명 경기지사가 25일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에서 열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25일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에서 열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지사는 25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흑색·왜곡에 기반을 둔 네거티브는 당 차원의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밤엔 이 전 대표를 향해 “‘이재명이 지역주의를 조장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고 자중시켜 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이 전 대표와 만나 덕담을 전한 일화를 공개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경기도에 오셨을 때 제가 진심으로 ‘잘 준비하셔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이고 ‘내가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실제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 대종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장내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같은 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 대종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장내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에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고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문제 삼으며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거냐. 결국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는 안 된다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적었다.

호남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백제라니 지금이 삼국시대냐.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고 비판한 뒤 이 지사를 향해 “사실상 일베와 같다. 경선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 지사는 24일 밤 페이스북에 인터뷰 해당 대목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저는 본선 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전날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에게는 선의를 베풀어도 욕만 먹게 되나”(정성호 의원), “칭찬하자 돌아온 게 허위사실 공격과 왜곡, 떡 주고 뺨 맞는 격”(김남준 대변인)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던 이재명 캠프는 이날 이 전 대표의 사과와 배 대변인 문책을 요구했다. 이재명 캠프의 우원식 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망국적 지역주의를 이낙연 캠프가 꺼내들어 지지율 반전을 노리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호남 지역민들도 기사·녹취록으로 누가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도 “당선을 기원한 걸 ‘호남 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 이건 ‘군필 원팀’ 사진보다 더 심한 악마의 편집”이라며 이 전 대표 측 태도를 비판했다.

양측 난투극에 민주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박용진 의원은 “삼국시대 수준의 논쟁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민주당 경선이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서로들 총을 겨누고 팀킬같이 하는 것이 안타깝다.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십시오. 아드님들”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이 지사 발언은 호남이 중심이 되어 통합을 이루면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였고, 호남 불가론을 얘기한 게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다”며 “모두 자중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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