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 10년내 TSMC 못이긴다" 대만 매체가 단언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TSMC 로고 〈연합뉴스〉

TSMC 로고 〈연합뉴스〉

“삼성이 10년 이내에 TSMC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즈가 최근 10회에 걸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경쟁력을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2030년까지 TSMC를 따라잡고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의 야심에 대해선 “삼성은 TSMC에 도전자가 될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대만에서 ‘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聖山)’으로 불리는 TSMC를 ‘대만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시리즈의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TSMC의 연간 투자액(막대 그래프)과 매출 대비 투자액 비율(꺽쇠 그래프)〈디지타임즈 캡처〉

TSMC의 연간 투자액(막대 그래프)과 매출 대비 투자액 비율(꺽쇠 그래프)〈디지타임즈 캡처〉

대만서 '신성한 산'으로 불리는 TSMC

최근 10회에 걸쳐 TSMC 시리즈를 연재한 IT 분석가 콜리 황 디지타임즈 아시아 사장은 ‘과감한 투자’를 TSMC 경쟁력의 요체로 꼽았다. TSMC의 매출 대비 설비 투자 비중은 최근 2년간 평균 40%였다. 2015~18년엔 30%대였다. 특히 TSMC는 올해 설비투자에 280억 달러(약 32조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지난해(172억 달러)보다 60% 넘게 늘어난 액수이자, 전년 매출액(52조8000억원)의 60%에 해당한다.

특히 TSMC는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EUV를 통한 칩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 공정의 필수 장비로 대당 가격은 2000억원이 넘는다. 콜리 황은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매년 예상 매출액 대비 50% 이상을 설비투자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TSMC는 2000년대 초 블루팀과 레드팀이라는 R&D 조직을 만든 후 내부 경쟁을 통해 미세공정기술을 발전시켰다.〈디지타임즈 캡처〉

TSMC는 2000년대 초 블루팀과 레드팀이라는 R&D 조직을 만든 후 내부 경쟁을 통해 미세공정기술을 발전시켰다.〈디지타임즈 캡처〉

R&D 블루·레드팀 내부 경쟁  

연구‧개발(R&D) 비용도 만만치 않다. TSMC는 매년 매출액 대비 8%가량을 R&D에 투자한다. 삼성전자(2019년 8.8%, 2020년 9%)와 큰 차이가 없지만, TSMC는 오로지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점이 다르다. R&D 전략도 남다르다. TSMC 설립자인 모리스 창은 2000년 초 두 개의 R&D팀을 조직했다. 블루팀과 레드팀이다. 모리스 창은 블루팀에는 16나노→7나노→3나노, 레드팀에는 20나노→10나노→5나노 공정 개발을 목표로 주고 내부 경쟁을 시켰다. 또한 협력사들과 공동 R&D를 강화하며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입지를 넓혔다.

TSMC 공정기술의 진화 추이. 나노미터(nm) 숫자가 작을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실리콘 기판)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 첨단 공정 기술로 분류된다.〈TSMC 홈페이지 캡처〉

TSMC 공정기술의 진화 추이. 나노미터(nm) 숫자가 작을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실리콘 기판)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 첨단 공정 기술로 분류된다.〈TSMC 홈페이지 캡처〉

미세공정, 양산 기술에서 삼성에 앞서  

그 결과 TSMC는 2018년 7나노 제품 양산에 들어갔고,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5나노 양산을 시작했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 3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TSMC에 따르면 올 2분기 실적 중 7나노 공정 비중은 31%, 5나노는 18%였다. 최근에는 대만 국립대학교(NTU),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2차원(2D) 소재를 활용한 1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5나노 파운드리 라인에서 제품 수율(불량률의 반대 개념) 문제로 고객 추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리 황은 “7나노 이하 공정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수익의 80%를 TSMC가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삼성의 파운드리 투자는 낭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PwC]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PwC]

삼성, TSMC 추월할 방법은? 

삼성이 TSMC를 추월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애플이나 구글, 인텔, 퀄컴,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대형 IT 거물을 독점 고객으로 확보할 경우 TSMC의 점유율을 대거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콜리 황은 “삼성이 클라우드나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등과 파트너 관계를 맺으려 하겠지만 모든 미국 IT 대기업이 삼성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 공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TSMC 홈페이지 캡처]

TSMC 공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TSMC 홈페이지 캡처]

주요국 반도체 M&A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 

삼성이 대형 M&A이나 반(反) TSMC 동맹 등을 통해 판을 뒤집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NXP나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등을 인수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콜리 황은 “긴장된 한‧일 관계를 볼 때 삼성이 르네사스를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미국과 유럽 당국도 주요 반도체 공급망 업체의 해외 인수를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볼 때 향후 10년 이내에 삼성이 TSMC를 이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모리스 창 TSMC 설립자

모리스 창 TSMC 설립자

"삼성은 TSMC의 도전자가 아니다"  

최근 대만의 한 매체가 삼성전자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삼성이 TSMC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고 한 보도에 대해 콜리 황은 “진대제는 약 20년 전에 반도체 업계를 떠났다”며 “그의 발언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폄훼했다. 그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에 지는 것이 한국에는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마이크론이나 YMTC 같은 후발 주자의 도전으로 메모리 시장마저 흔들린다면 삼성(반도체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며 “삼성은 TSMC의 도전자가 아니고, TSMC를 이길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