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청와대에 또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BTS를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하면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등 미래세대를 위한 글로벌 의제를 선도하고,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는 외교력의 확대를 위해 BTS를 특별사절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어 “BTS가 9월 제76차 유엔총회 등 국제회의에도 참석해 전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TS는 세 번째 영어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로 19일(현지 시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에 올랐다. 앞서 7주 연속 핫100 1위를 기록한 버터(Butter)를 밀어내고 정상에 오른 대기록이다.
박 대변인은 “‘퍼미션 투 댄스' 가사에 담긴 위로의 메시지, 안무에 담긴 수어(手語) 메시지, 다양한 인종의 공존과 화합의 메시지는 전 세계와 연대와 협력을 통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와 상통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BTS와의 인연은 짧지 않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원드림 원코리아’라는 노래에 BTS 정국과 함께 참여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이 노래는 2018년 4ㆍ27 남북정상회담의 피날레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취임 이후 주요 국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BTS를 등장시켜왔다.
2018년 9월 BTS가 제73회 유엔총회에서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총회에서 연설했을 때는 김정숙 여사가 직접 참석해 격려했다.
BTS는 이틀 뒤 당시 받은 문 대통령의 서명 시계(일명 ‘이니시계’)를 착용하고 미국 ABC의 생방송 인터뷰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달 뒤인 그해 10월 BTS는 문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 때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BTS의 출연 과정과 관련 “(출연료로) 기념 시계만 드리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시계로 모든 비용을 ‘퉁’ 쳐줘서 행사가 잘 끝났다”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BTS의 공연이 끝나자 무대 위로 올라가 멤버 전원과 악수를 했다. 리더 RM과는 포옹했다. BTS 멤버 중 일부는 문 대통령에게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에 앞서 한류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BTS에게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9월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도 BTS를 청년대표로 초청했다. 당시는 ‘조국 사태’에 이은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자녀 관련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직고용하면서 불거졌던 이른바 ‘인국공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며 정부가 불공정 시비에 휩싸였던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BTS를 초청해 진행했던 연설에서 ‘공정’을 37번 반복하며 불공정 프레임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뒤 BTS에 대해 “노래와 춤 모두를 좋아한다. BTS의 노래와 춤을 듣고 보다 보면 경지에 오른 청년들 같다”며 “아이돌 음악은 따라가지 못할 일도 있는데 방탄의 노래는 들린다. 따라갈 수 있겠다. 그래서 노ㆍ장ㆍ청 팬층이 두터운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화상으로 진행됐던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의 마무리 음악으로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해외 정상과의 첫 만남의 어색함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의 단골소재로도 BTS를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활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