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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서 '반려'…사업 표류 장기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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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제주도는 2025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부지에 제2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정부와 제주도는 2025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부지에 제2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국토교통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 재보완서를 반려했다. 조류 서식지 보전 방안, 항공기 소음 예측 등이 누락되거나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결정으로 2025년 문을 열려던 제주 제2공항은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환경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의 평가서 협의 요청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협의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누락되거나 보완 내용이 미흡했다는 판단을 들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기관 의견을 받아 검토했지만 '동의'인지 '부동의'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 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신공항 설립에 따른 환경 보호 방안 중 구체적이지 못한 것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반려 사유는 ▶비행 안전을 확보하면서 조류와 그 서식지도 보호하는 방안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의 조건 고려 미흡, 모의 예측 오류 ▶멸종위기생물인 맹꽁이 서식에 대한 영향 예측 결과 제시 않음 ▶공항의 영향을 받는 지형구조(숨골 등)에 대한 보전 가치 제시 않음 등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사항에 대한 입장 발표 및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사항에 대한 입장 발표 및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년여 검토에도 보류…"국토부가 원하면 재협의"

제주 제2공항 설립은 2015년부터 논의돼왔다. 당시 국토부는 제주국제공항의 항공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기존 공항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545만7000㎡ 넓이의 신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목표 수용 인원은 연간 1992만 명(제주지역 수송분담률 48%), 개항 목표는 2025년이었다.

국토부는 2019년 6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동의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환경부에 평가서를 처음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필요한 자료가 부족해 논의할 수 없다며 세 차례 보완요청을 했다. 국토부가 지난 6월 제출한 재보완서에서도 지적 사항을 보완하지 않자, 환경부는 반려 결정을 내렸다.

2년 넘게 이어진 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판단은 또 미뤄지게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싶다면 반려 사유를 보완한 평가서를 본안부터 다시 작성해 협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국토부의 보완서 마련과 환경부의 재검토 등을 거치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제주 도민 여론도 팽팽하게 나뉘어진데다 주무 부처가 결정을 못 하는 모양새라 답보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 제2공항 부지. 자료 환경부

제주 제2공항 부지. 자료 환경부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반려 사유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보완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판단한 뒤 대응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이택 제주도청 공항확충지원과장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서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권·시민단체선 "사업 중단" 목소리도

정치권에선 "동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환경부는 권한을 회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공항 건설 시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란 전문 기관 검토에도 환경부는 부동의가 아닌 반려를 택했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의 최종결정권자로서 국토부에 책임을 다시 떠넘길 것이 아니라 부동의 결정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제주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 협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한 제2공항 사업계획은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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