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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기른 류현진, 체인지업 도 닦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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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수염을 기른 류현진이 19일 텍사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USA 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수염을 기른 류현진이 19일 텍사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USA 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메이저리그(MLB) 후반기 첫 등판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체인지업 위기론’을 체인지업으로 극복했다.

후반기 첫 등판서 7이닝 완봉승 #체인지업 부활…볼넷 1개 허용 #휴식기에 팔각도 높여 구위 회복 #MLB닷컴 “류, 전성기 모습 보여”

류현진은 19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버팔로 셸런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토론토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MLB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부터 더블헤더 이닝 제한(7이닝)을 두고 있다. 류현진은 7이닝을 홀로  막아내며 빅리그 데뷔 후 세 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시즌 9승(5패)째를 따냈고, 평균자책점은 종전 3.56에서 3.32로 낮췄다.

주 무기 체인지업이 살아났다. 이날 투구 수(83개)의 28.9%인 24구가 체인지업이었다. 컨디션이 좋을 때의 구종 비율이었다. 텍사스 타자들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총 17차례 배트를 돌렸다. 이 중 헛스윙이 5번, 파울이 4번이었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져 잡은 삼진은 3개, 범타는 4개였다.

류현진은 2회 초 선두타자 조이 갈로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토론토 중견수 조지 스프링어가 낙구 지점을 오판하며 공을 빠뜨렸다. 무사 3루에서 류현진은 존 힉스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삼진 처리했다. 후속 엘리 화이트와의 승부에서도 낮은 코스 체인지업 2개를 보여준 뒤 우타자 몸쪽 높은 곳으로 컷 패스트볼(커터)을 던져 빗맞은 타구를 끌어냈다.

그는 3회 초에도 선두 타자 닉 솔락과 후속 찰리 컬버슨을 삼진,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이어진 상황에서 안타와 볼넷을 내줘 두 번째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아돌리스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초구 볼을 던진 후 체인지업만 연속으로 3개를 구사해 모두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체인지업은 류현진을 KBO리그를 넘어 MLB 정상급 투수로 만든 무기다. 패스트볼을 구사할 때 투구 자세와 거의 똑같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무브먼트가 좋아 MLB 최고 구종 중 하나로 꼽혔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6월부터 갑자기 흔들렸다. 제구와 구위 모두 나빠졌다. 한화 이글스 시절 스승이었던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낮은 코스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체인지업의 움직임도 다소 밋밋해졌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류현진은 평소 하지 않았던 불펜 피칭까지 하면서 체인지업 감각을 회복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는 조기 강판(4이닝 5실점)을 당했다. 6월 이후 등판한 6경기에서 기록한 체인지업의 피장타율은 0.622에 이르렀다. 체인지업 구사율을 낮춘 등판에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체인지업 위기론’이 커졌다.

그러나 올스타 휴식기를 거친 류현진은 텍사스전을 통해 달라진 체인지업을 보여줬다.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코치와 체인지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교정한 효과가 나왔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도 “근래 본 류현진의 체인지업 중 최고였다”고 극찬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의 스피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팔의 각도가 (아래로) 떨어졌다는 걸 발견했다. 팔을 다시 세우려고 노력했다. 팔 각도가 올라갔을 때는 내려찍어 던지기 때문에 구속도 당연히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위력을 되찾자 텍사스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류현진은 타자의 노림수를 역이용, 체인지업을 던질 타이밍에 다른 구종을 구사해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노련미도 보였다. 2회 초 2사 3루에서 데이비드 달에게 던진 공 7개는 모두 패스트볼 계열(커터 포함)이었다. 체인지업을 의식한 달은 바깥쪽 커터에 배트도 내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전성기 모습을 보여주며 후반기를 시작했다. 그의 체인지업은 환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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