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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 3t으로 수족관 가득 채웠더니"…강릉 셧다운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셧다운에 일주일 예약 모두 취소 

“피서철을 맞아 활어 3t을 미리 받아놨는데, 하루 평균 30~40건 있던 예약이 모두 취소됐습니다.”

강원 강릉시 견소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모(60)씨는 강릉시가 19일부터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자 발을 굴렀다. 해수욕장 개장으로 피서객이 몰릴 것을 예상해 직원을 10명 더 채용하고 활어도 3t을 받아 수조관을 가득 채워 놨는데 손님들이 뚝 끊기게 돼서다.

최씨는 “4단계 격상 소식에 일주일 예약이 모두 취소돼 현재 예약이 0건”이라며 “벌써부터 손님이 없어 오늘 오전에 1만2000원짜리 회덮밥 2그릇 판 것이 전부다. 올여름 직원들을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시가 19일부터 25일까지 사실상 ‘셧다운’에 가까운 4단계로 거리두기를 격상하면서 음식점과 숙박업소마다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이틀간 펜션 예약 취소 전화만 ‘70건’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자 교동 거리가 썰렁한 모습.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자 교동 거리가 썰렁한 모습. [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강릉시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강릉시 선별진료소 앞에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시 강문동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백모(39)씨도 18일과 19일 이틀간 70건의 예약 취소 전화를 받았다. 더욱이 이번 예약 취소의 경우 손님 사정이 아닌 자치단체의 방침이라 숙박료를 100% 환불해줬다.

백씨는 “8월 예약까지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타격이 상당히 크다”며 “긴급한 상황이라 급하게 격상한 건 이해는 되지만 규제만 있고 피해보상은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에서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것은 강릉시가 처음이다. 이번 4단계 격상으로 강릉의 경우 사적 모임은 오후 6시 이후부터 2명까지만 가능하다. 이어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식당과 카페 등은 오후 8시 이후부터 포장만 되는 등 운영이 제한된다.

초강력 조치에 일부 음식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강릉시 성산면 한 짬뽕전문점은 이날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9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강릉시가 이처럼 긴급하게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것은 최근 일주일간(12~18일) 강원도 전체 확진자 41.9%(93명)가 강릉시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확진자 상당수가 동선이 복잡하고 이동량과 접촉자가 많은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젊은 층 확산세를 막기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버스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오는 26일까지 3개 팀이 다중이용시설 밀집 지역을 찾아가 1일 최대 1500명까지 검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방학 중 학생접촉이 많은 교육종사자의 경우 2주마다 1회씩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하고, 유흥시설 종사자도 이달 말까지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음식점들 ‘차라리 문 닫겠다’ 임시휴업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교동 한 음식점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시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교동 한 음식점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시의 4단계 격상에 인근 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나머지 동해안 시·군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릉시의 셧다운 조치에 인근 시·군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정준화 양양군 번영회장은 “누가 코로나19에 걸렸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릉으로 가려다 못 간 피서객들이 인근 지역으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며 “그동안 정부 방침을 잘 따랐는데 너무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번에도 갑작스럽게 거리두기를 풀어버리니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해수욕장을 비롯한 휴가철 코로나19 취약시설에 대해 각 시·군 및 경찰 등과 합동 특별점검을 하기로 했다. 이번 특별점검엔 11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동해안 시·군의 확진자는 지난주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고,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도민의 50%가 접종을 마치는 8월 말까지 다시 한번 방역에 협조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재확산에도 강원 동해안 6개 시·군엔 지난 주말과 휴일 19만명이 몰렸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19만7139명이 강원 동해안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강릉시가 4만36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해시 3만8487명, 양양군 3만3387명, 속초시 2만9575명, 삼척시 2만8912명, 고성군이 2만3162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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