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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저도 있습니다 ‘비밀병기’ 신재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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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롤모델인 ‘도마의 신’ 양학선(오른쪽)과 나란히 앉아 훈련 준비하는 신재환. [연합뉴스]

롤모델인 ‘도마의 신’ 양학선(오른쪽)과 나란히 앉아 훈련 준비하는 신재환. [연합뉴스]

남자 기계체조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도마의 신’ 양학선(29·수원시청)이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기계체조대표팀에는 ‘비밀병기’가 하나 더 있다. 체조 관계자들 사이에선 신재환(23·제천시청)에 대한 기대가 꽤 크다.

난도 6.0점, 5.6점 세계적 수준 #착지 실수만 안하면 메달 가능성 #“양학선 형과 함께 출전해 영광”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기계체조 국제대회가 많이 열리지 못했다. 그 와중에 신재환은 꾸준히 랭킹포인트를 쌓았다. 결국 그는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 국가(12개국)의 선수를 뺀 2018∼2020년 국제체조연맹(FIG) 도마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했다. 미국·중국·일본 등 체조 강국의 실력자들이 빠진 랭킹이지만,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한 신재환에겐 의미 있는 성취였다.

예정대로 지난해 도쿄올림픽이 열렸다면 신재환은 여유 있게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올해 월드컵 성적도 출전권 획득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는 지난달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 나서며 “1위로 올림픽 티켓을 따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5위에 그쳐 도쿄행 티켓을 놓칠 뻔했다.

결국 신재환은 요네쿠라 히데노부(일본)와 랭킹포인트를 따진 끝에 세계 랭킹 1위를 유지,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가게 된 신재환은 “평생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간절히 원했던 올림픽에 가게 돼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신재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도마 금메달을 딴 양학선과 똑같이 난도 6.0점, 5.6점짜리 기술을 펼친다.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은 “남자 도마에서는 톱클래스 선수들의 실력이 비슷하다. 난도가 대부분 6.0점, 5.6점짜리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세계 체조계는 신재환에 대해 잘 모르지만, 경기일 컨디션이 좋으면 메달을 획득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도마는 출발에서 착지까지 겨우 4초 만에 끝나는 종목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적인 파워가 필요한데, 신재환은 이 재능을 타고났다. 그는 “체조 선수 중에선 난 유연성도 근력도 약한 편이다. 그런데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며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순간 파워를 향상하는 데 주력했다. 도마를 뛰는 4초 동안 쓰는 힘은 다른 누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키 1m62㎝에 몸무게 58㎏인 신재환은 매일 한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하루 세끼도 든든하게 챙겨 먹었다. 신재환의 메달 획득 여부는 착지에 달려있다. 그는 “착지 때 넘어지거나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걱정이다. 착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뛰려 한다”고 전했다.

11세에 체조를 시작한 신재환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양학선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학선이 형과 함께 훈련하면서 올림픽에 꼭 같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이뤄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양학선은 최근 몇 년 동안 햄스트링 부상 트라우마가 심해 자신의 이름을 딴 난도 6.0짜리 ‘양학선’ 기술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추천 선수로 양학선을 발탁했다. 신재환은 “내가 도마를 뛸 때, 학선이 형이 세세하게 체크해준다. 무엇보다 경기를 앞두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지 알려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신재환은 경기 전, 양학선처럼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입장한다. 지금까지 우러러봤던 선배와 올림픽에선 경쟁해야 한다. 신재환은 “이미 ‘비밀병기’란 별명은 얻은 것만으로도 기쁘다. 우리 둘 다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며 웃었다. 남자 도마 결선은 8월 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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