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15일 민주당의 안방격인 전남도청을 동시에 방문해 ‘비대면 설전’을 벌였다.
이날 오후 1시 50분 이 전 대표는 도청 출입기자실을 찾아 지역 기자단과 인사를 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이 전 대표가 출입기자실을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후 2시 30분부터 추 전 장관은 같은 곳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짧은 인사라도 할 수 있는 동선이었지만 전날 설전을 주고받은 두 여당 대선 주자는 굳이 마주치지 않았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연달아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일찍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와 일정이 겹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만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만나는 대신 두 사람은 같은 기자단 앞에서 시간 차를 두고 서로를 공격했다. 이 전 대표는 먼저 “당내 경선에서 검증은 필요하지만 네거티브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며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날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당 대표로서 점수는 빵점”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뒤이어 기자단을 만난 추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증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할 수 있다”며 “당 대표를 하면서 개혁 과제를 회피해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것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호남 지지층을 노린 ‘정통성 경쟁’도 벌어졌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다운 대선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온 민주당 정신을 잘 이어받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경쟁하고 있는 후보들 중에서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감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호남의 며느리 추미애가 전남에 왔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시작한 지방자치,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열어간 국가균형발전의 길을 이어 받겠다”고 말했다.
지난 예비경선 TV토론 때부터 공방을 주고받던 두 후보는 추 전 장관이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며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이 전 대표에 대해 “내가 대표일 때 권리당원이 52만명 증가해서 총 72만명이 있었는데 이 전 대표 재임 시절 10만명이 떠나갔다”고 말했다. 또 “정당 지지율도 나 때는 사상 최초로 55%까지 기록했는데 이 전 대표 시절에 폭락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이 공세를 이 전 대표에게 집중하는 건 결선 투표로 갈 수 있는 ‘2위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9월 5일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나오면 1·2위의 결선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결선 투표를 통한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7월 2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낙연 후보는 15.6%를 기록해 윤석열, 이재명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교적 늦게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추미애 후보는 5.2%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당 정세균, 박용진 후보가 막혔던 ‘마의 5% 벽’을 단숨에 뛰어넘어 여야를 통틀어 4위 주자가 됐다. 여당만 놓고 보면 3위다. 추 후보 입장에선 2위 자리가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할 법 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