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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에 5000만원 인테리어하고 왔더니" 은마 집주인 분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피해 서둘러 조합을 설립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올들어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들썩였다.조합 설립이 잇따랐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뉴스1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피해 서둘러 조합을 설립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올들어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들썩였다.조합 설립이 잇따랐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뉴스1

"올해 초에 집주인이 굉장히 미안해하며 전셋집을 빼달라고 했어요. 재건축 아파트에 2년 실거주를 해야 새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법이 생겨 자기가 들어와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서요. 전셋값도 올리지 않는 마음씨 좋은 집주인 만나 4년 동안 편하게 잘살았는데 이게 뭡니까."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에 민심 부글부글 #3기 신도시 분양가 놓고도 "또 사기 당했다"

서울 강남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사는김모(46)씨는 '재건축 2년 실거주'규제가 1년 만에 백지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애들 학교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고 오른 전셋값을 갑자기 마련할 수도 없어서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를 이전 전셋값에 월세 150만원을 더 내는 '반전세'로 구해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13일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6·17부동산 대책의 핵심 규제안인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를 백지화한다고 발표한 이후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부 말 듣고 또 망했다","이건 사기다"라는 불만이 잇따른다.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들의 불만도 크다. 6년 동안 세 놓고 있던 자신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올봄에 들어왔다는 권모(48)씨는 "이전에 전세 살던 새 아파트에 비해 아파트 내부가 낡다 보니 아내와 애들이 최소한의 인테리어는 하고 들어가자고 해서 5000만원을 들여 공사했다"며 "이사하는데 든 비용과 인테리어 비용, 그리고 거기에 쏟은 수고는 어디서 보상받나"라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잠잠하던 재건축 아파트값을 '평당 1억원' 시대로 끌어올린 게 '재건축 2년 실거주'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강남구의 한모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규제받기 전에 조합을 설립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압구정 4구역이 조합설립 승인을 받는 등 조합 설립이 잇따랐고, 이런 움직임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압구정 현대아파트 76동 80평형이 조합설립 직전에 평당 1억원인 80억원에 거래되는 등 압구정 일대에는 '신고가 경신'이 계속됐다.

강남구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재건축에 반대하는 고령자들이 많아 앞으로 10~20년간은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압구정에 재건축 싹을 틔워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밖에 나가 살던 은마아파트 집주인을 한꺼번에 불러들여 전셋값을 수직 상승시킨 게 모두 '재건축 실거주 규제'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은마아파트 전용 84㎡전셋값은 지난해 7월 5억원대에서 현재 10억원대로 일년만에 배가 됐다.

최근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구상 발표도 잇따른다.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구상 발표도 잇따른다.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분양 조건과 관련해서도 청약대기자들의 불만이 크다. 지난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30대가 아파트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하는 현상과 관련해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합리적인 가격에 (3기)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집을 사는 건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발표된 3기 신도시 분양가를 보니 김 전장관이 얘기한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불만이다.

실제 15일 사전 청약을 진행하는 인천 계양 신도시의 경우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가 3억5000만원, 전용 74㎡이 4억50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낮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검암역 풍림아이원1차 84㎡가 올해 5월 22일 최고 4억3200만원에 거래됐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값을 두 배 올려놓고 그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한 게 제정신이냐","정부가 영끌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영끌한 친구는 부자 되고 난 폭망했다"는 등 정부를 향한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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