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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가는 길, 도쿄 리<이동경> 한 방 밖에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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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이동경이 13일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0-1로 뒤진 전반 35분 중거리슛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올림픽 축구대표팀 이동경이 13일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0-1로 뒤진 전반 35분 중거리슛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도쿄 가는 길. ‘도쿄 리’ 이동경(24·울산)과 ‘엄살라’ 엄원상(22·광주)의 한 방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올림픽 평가전 아르헨과 2-2 #동경·원상 중거리슛만 돋보여 #공격 전개 느리고, 수비도 불안 #번호 바꾼 연막 작전, 효과는 글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24세 이하)은 13일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0-1로 뒤진 전반 35분 이동경이 ‘원더골’을 터트렸다. 그의 왼발 중거리슛은 미사일처럼 약 25m를 날아가 골문 오른쪽에 꽂혔다. 이동경의 별명은 ‘도쿄 리’다. 이름이 도쿄 한자 독음 ‘동경’과 같아서다. 그가 테어났을 때 할머니가 찾아간 작명소에서 “도시 또는 나라로 이름을 지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운명처럼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일’이 있었다.

한국은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엄원상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골키퍼가 쳐낸 공을 받은 엄원상이 오른발 중거리슛을 쐈다. 공은 빨래줄처럼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에 빗댄 별명 ‘엄살라’다운 멋진 슈팅이었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에는 중거리슛 두 방이 전부였다. 수비는 낙제점이었다. 전반 12분 미드필더 원두재(울산)가 중원에서 공을 빼앗기며 위기를 자초했고, 김재우(대구)가 공을 어설프게 걷어냈다.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잉글랜드 브라이턴)가 자유롭게 툭툭 치고 들어가 중거리슛을 꽂았다. 1-1로 맞선 후반 10분에는 카를로스 발렌수엘라(파마우리상)에게 왼발 감아차기슛을 얻어 맞았다.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엄원상(왼쪽). [뉴스1]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엄원상(왼쪽). [뉴스1]

이 경기는 올림픽대표팀 최종 명단(22명)을 결정하고 치른 첫 실전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선발 명단에서 와일드 카드(25세 이상) 3명을 모두 뺐다. 황의조(29·보르도)와 권창훈(27·수원)은 벤치 에서 대기했고, 김민재(25)는 아예 명단 제외됐다. 김민재는 아직 소속팀 베이징 궈안(중국)과 차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전날 김학범 감독은 “패를 다 보여줄 수 없다”고 예고했다. 이날 대표팀은 유니폼에 임시 등번호를 달고 영문명도 빼는 등 ‘연막 작전’을 폈다. 그러나 가진 카드를 꽁꽁 숨긴다고 실제 얻는 건 별로 없어 보였다. 소중한 평가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13분 황의조와 권창훈, 이강인(20·발렌시아)을 교체 투입, 뒤늦게 주전급 베스트11을 가동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교체 아웃을 통해 주전급을 하나둘씩 줄인 상태였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공격 작업에서 유기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매우 부족했다. 3선(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부터 빌드업(공격전개) 문제가 있었으며 공격진 사이 간격도 넓었다. 두 골 다 중거리슛이었다. 와일드카드와 기존 선수들 호흡도 아직까지는 부족해 보인다. 또한 수비는 상대 선수 마크와 볼 처리를 미적거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2004년과 2008년 올림픽 금메달팀이자 도쿄 올림픽 남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한 강팀이다. 페르난도 바티스타 아르헨티나 감독은 “한국 수준이라면 올림픽에서 강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준희 위원은 “아르헨티나만큼 브라질도 강하다. 유로 2020 멤버 6명을 포함한 스페인은 거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김학범호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서는 사상 최고 성적이다. 은메달 이상을 따겠다는 말이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방침에 따라 이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림픽 출정식’을 겸해 프랑스와 평가전을 갖고, 다음날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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