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재형의 거수경례, 신속인선…"디테일서 윤석열과 차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역에 잠들어 있는 전사자들을 참배하며 거수경례로 예를 표하고 있다. 김성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역에 잠들어 있는 전사자들을 참배하며 거수경례로 예를 표하고 있다. 김성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를 치르기 위해 12일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최 전 원장은 삼우제를 마친 뒤 천안함 46용사,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 등을 잇달아 방문했는데, 묵념 대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거수경례를 했다. 다른 가족도 약속이나 한 듯 거수경례를 했다.

최 전 원장의 거수경례를 놓고 정치권에선 “디테일한 부분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 전 원장의 지인은 “최 전 원장과 가족들은 예전부터 부친 최 대령과 순국선열에 참배할 때면 묵념 대신 거수경례를 해왔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은 육군 법무관 출신으로 다른 형제 셋도 육해공군에서 장교로 복무해 병역 명문가로 불린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이 야권에서 어느 정도 대세론을 굳힌 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정치권에선 이런 최 전 원장을 윤 전 총장의 대안 혹은 야권의 ‘플랜B’로 보는 인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12일 “많은 분이 저를 윤 전 총장의 대안이라고 하는데, 저는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며 윤 전 총장과 다른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캠프 상황실장격인 국민의힘 소속 김영우 전 의원은 13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윤 전 총장에 대해 “상처 난 국민과 고장 난 대한민국을 치유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언론 창구마련에 尹 100일, 崔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지자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지자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뚜렷이 대비되는 부분은 속도감 있는 행보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을 떠난 최 전 원장은 사퇴 9일 만에 정치 도전의 뜻을 공개했고, 2주 만에 국민의힘 소속 김영우 전 의원을 소통 창구로 삼았다. 윤 전 총장이 사퇴 이후 잠행을 거쳐 대변인을 임명하기까지 100일가량 걸린 것과 대비됐다.

언론을 대하는 스타일도 달랐다. 윤 전 총장은 대변인단을 임명하기 전까진 주로 잠행이나 비공개 행보로 몸을 풀었고, 특정 사안이 터지면 가끔 언론 인터뷰로 입장을 냈다. 첫 공개 행보인 우당 이화영 기념관 개장식에서는 약 100여명의 취재진이 입당이나 정치 행보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최 전 원장은 공식 출마선언을 하기 전부터 언론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주 부친상을 치르는 도중 본인이 직접 두 차례 취재진을 찾아 질의응답을 자청했고, 12일 삼우제 뒤엔 취재진이 쏟아낸 11개 질문에 모두 답변했다.

국민의힘 입당에도 좀더 적극적이다. 최 전 원장은 입당에 대해 “정치라는 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힘을 모아 공동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라며 “그런 원칙으로 입당 여부나 시기를 검토하겠다”며 입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영우 전 의원도 13일 라디오에서 “정당정치가 아니고서는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기가 어렵다”며 조기 입당을 시사했다.

“난 평가 받으러 나온 사람…검증 철저히 받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고 백선엽 장군 묘소와 천안함46용사묘역,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역, 연평도포격 전사자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뒤 현장 취재진을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성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고 백선엽 장군 묘소와 천안함46용사묘역,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역, 연평도포격 전사자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뒤 현장 취재진을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성태

최 전 원장은 자신을 향한 검증과 공세가 예고되는 걸 두고도 최근 주변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최 전 원장 측 인사는 “최 전 원장이 ‘나는 국민에게 평가받으러 나온 사람’이라며 ‘각종 검증을 마다치 않고 철저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도전 초기부터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린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 삼는 행보”라고 평했다.

캠프 구성도 차이가 있다. 윤 전 총장은 캠프 내부에 대변인, 부대변인 같은 직책을 두는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조직을 꾸렸지만, 최 전 원장 측은 ‘작은 캠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직책이나 직함에 신경 쓰기 보다는 업무 중심의 캠프를 구성하겠다”고 전했다.

인재풀, 인지도는 尹에 밀려

이런 최 전 원장의 행보를 놓고 야권 일각에선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을 따라잡아야 하는 후발 주자의 현실적 타협안”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 전 원장을 돕는 인재풀이 빈약하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향후 과감한 메시지와 행보로 국민이 ‘최재형’ 하면 단번에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첫 과제”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