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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주장 日 방위백서, 벚꽃 대신 ‘말 탄 사무라이’ 내걸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매년 발간하는 '방위백서'에서 17년째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복했다.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한국 방위 당국 측에 의한 부정적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평화헌법 일본서 '사무라이 백서' #군사대국 추진 속내 드러냈나 #17년째 독도 영유권 주장 계속 #"한국은 국방비 7.5%씩 늘린다"

2021년 판 일본 방위백서. 말을 타고 달리는 무사의 그림을 표지그림으로 사용했다. [이영희 기자]

2021년 판 일본 방위백서. 말을 타고 달리는 무사의 그림을 표지그림으로 사용했다. [이영희 기자]

말을 타고 달리는 일본 무사(사무라이)의 그림을 표지로 한 올해 방위백서는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을 집중 조명하는 내용도 한 페이지에 걸쳐 다뤘다. 주변국 상황을 근거로 제시해 자국 방위비 증강을 위한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부정적 대응"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13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재 각의(국무회의)에서 2021년판 방위백서('일본의 방위')를 보고했다.

이번 백서에는 일본을 둘러싼 안보 현안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 영토(쿠릴 4개 섬의 일본식 표현)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집권기인 2005년 이후 이번이 17년째다.

올해 방위백서에서 한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제외한 일본의 방위협력 대상국 중 호주, 인도, 아세안(ASEAN) 다음인 네 번째에 배치됐다. 또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2018년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간 대립, 독도 주변 군사훈련,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논란 등을 든 뒤, "한국 방위 당국 측에 의한 부정적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원인을 한국에 돌렸다.

이 중 '한국 해군에 의한 독도 주변 해역 군사 훈련'은 올해 처음으로 추가된 부분이다. 독도 방어 훈련을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콕 집어 규정한 셈이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이 1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재의 각의에 보고한 2021년 판 방위백서. 연합뉴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이 1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재의 각의에 보고한 2021년 판 방위백서. 연합뉴스

또 이를 위해 "일한(한일)·일미한(한미일)의 연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한국 측에 현안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표현이지만, 미국 조 바이든 정권 출범에 맞춰 '한미일 연계'를 강조하는 내용과 '강하게'라는 표현이 새로 포함됐다.

"방위비 증액 근거 마련하려는 의도"

특히 올해 방위백서는 '한국의 군비증강과 국방예산'이란 한 페이지 분량의 별도 코너를 마련해 한국 국방예산이 2000년부터 22년 연속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2021년 국방비는 전해 대비 5.4% 증가했고, '국방개혁2.0'에 따라 앞으로 국방비를 연평균 7.5%씩 증가시킬 계획이라며 그 배경엔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넘겨받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소식통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기시 방위상은 일본이 국방비를 GDP 대비 1% 이내로 유지해온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늘려나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면서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방위백서에서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의 국방비를 집중 조명한 것"으로 해석했다.

"무사로 강고한 방위 의지 표현" 

올해 방위백서의 표지 그림에도 이런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대 벚꽃 그림이나 기하학적 문양 등과는 달리 올해 방위백서의 표지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묵화 작가인 니시모토 유카(西元祐貴·34)의 말에 탄 사무라이의 그림이 실렸다.

방위성 관계자는 "일본의 젊은 층과 외국인도 방위백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묵화를 실었다"면서 "나라를 지키는 의지와 강함, 강고한 방위 의지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쟁 포기를 선언한 '평화헌법' 체제에 있는 일본의 방위 체계를 설명하면서 호전적인 사무라이의 모습을 표지로 사용한 건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일본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가 13일 오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 관련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뉴스1]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가 13일 오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 관련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뉴스1]

그 외에 올해 방위백서에선 미·중 대립을 묘사하는 부분이 크게 늘었고, 처음으로 대만 문제를 별도 챕터로 다루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일본을 포함한 관계국에 대해 도발적인 언동을 반복해 왔다"며 북한의 군사 동향이 일본의 안전에 "중대하고도 절박한 위협"이라는 종전 기술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외교부는 13일 오전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도 마츠모토 다카시 주한 일본 국방무관(항공자위대 대령)을 국방부로 초치해 강력 항의하고,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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