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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뭐해' 김광현의 든든한 지원군 몰리나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전반기에도 좋은 궁합을 보였던 김광현(오른쪽)과 야디어 몰리나. [AP=연합뉴스]

올 시즌 전반기에도 좋은 궁합을 보였던 김광현(오른쪽)과 야디어 몰리나. [AP=연합뉴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전반기를 최고의 페이스로 마친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의 조력자는 안방마님 야디어 몰리나(39)였다.

김광현은 11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 원정등판을 끝으로 올 시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합격점을 줄 만한 성적표를 받았다. 15경기 선발 등판해 4승 5패 평균자책점 3.11(72⅓이닝)을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4승 9패 평균자책점 6.23)가 5월 발목, 7월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김광현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마르티네스의 공백을 채웠다.

김광현을 지탱해준 버팀목 중 하나가 몰리나였다. 올해 김광현은 몰리나와 호흡을 맞춘 이닝(53⅔이닝)에서 평균자책점 2.85로 안정적이었다. 피출루율(0.298)과 피장타율(0.308)을 합한 피OPS도 0.606으로 낮았다. 백업 앤드류 키즈너(18⅔이닝·평균자책점 3.86)보다 몰리나와 함께할 때 모든 지표가 향상됐다.

몰리나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로 인한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무릎 상태도 악재. 블로킹을 비롯한 순간적인 움직임이 전성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컵스전만 하더라도 공을 뒤로 빠트리는 등의 어수선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렇다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몰리나는 올 시즌 DRS(Defensive Run Save)가 0이다. 최소 500이닝 소화한 포수 중 공동 8위. DRS는 수비로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수비력이 좋다는 의미다. 2013년 정점(30)을 찍었던 수치가 매년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상위권이다.

경기를 읽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컵스전 1회 초 타석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체크한 뒤 1회 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1회 초 컵스 투수 데이비스의 바깥쪽 코스를 공 하나 정도 심판이 넓게 잡아주자 1회 말 (김광현이) 철저하게 바깥쪽 코스로만 던지더라"며 "경기 중 패턴을 유지할 것처럼 보였는데 (타순이 한 바퀴 돌기 전에) 패턴을 갑자기 바꿨다. 몰리나하고 뭔가 얘기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투수가 느끼는 안정감이 크다. 김광현은 몰리나에게 많은 걸 의지한다. 대부분 그의 사인대로 경기를 운영한다. KBO리그 통산 1673⅔이닝을 소화한 베테랑이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신인의 자세로 임한다. 컵스전이 끝난 뒤 김광현은 "경기 전부터 (포수인) 몰리나가 낮게 던지자는 얘길 많이 했다. 오늘 (포수 사인에) 고개를 한 번도 흔들지 않았는데 체인지업을 받아보고 좋으니까 사인을 많이 냈던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

몰리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MLB 최고의 포수다. 플래티넘 골드글러브를 무려 네 번이나 받았다. 2011년부터 제정된 플래티넘 골드글러브는 그해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 가장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딱 한 명의 선수에게 수여된다. 지난해 겨울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거취에 물음표가 찍혔지만 1년 단기 계약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잔류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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