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억 타간 전북판 구하라 친모···"月91만원 연금 안돼"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5:00

업데이트 2021.07.13 14:27

지난 2019년 1월 순직한 고 강한얼 소방관(당시 32세·왼쪽)이 생전에 친언니 강화현(38)씨와 함께 찍은 모습. 사진 유족

지난 2019년 1월 순직한 고 강한얼 소방관(당시 32세·왼쪽)이 생전에 친언니 강화현(38)씨와 함께 찍은 모습. 사진 유족

'전북판 구하라' 소방관 父 "엄마 자격 없다"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1억원 가까운 유족급여를 타간 생모에 대해 친부와 언니가 최근 공무원연금공단에 '재해유족 급여 제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가 유족급여와 연금 등을 가져가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친부, 공무원연금公에 유족급여 제한 신청

12일 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2019년 순직한 고(故) 강한얼(당시 32세) 소방관의 친부(64)와 언니 강화현(38)씨는 지난달 23일 공단에 '재해유족 급여 제한 신청서'를 냈다. "친모는 강 소방관 자매가 각각 생후 20개월, 56개월일 때 이혼한 후 성년이 될 때까지 두 딸을 양육한 사실이 없어 매달 나오는 순직유족연금의 지급을 중단해 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딸과 인연을 끊고 살던 친모(66)는 2019년 1월 강 소방관 순직 후 유족보상금과 퇴직금 등으로 친부와 비슷한 금액인 8000만원가량을 받았다. 월 91만원의 유족연금도 본인 사망 시까지 받도록 돼 있다. 지난해 5월 31일 중앙일보 보도('소방관 딸 순직하자···32년 만에 나타난 생모는 1억 타갔다')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북판 구하라 사건'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9년 1월 순직한 고 강한얼 소방관(당시 32세) 빈소 모습. 사진 유족

지난 2019년 1월 순직한 고 강한얼 소방관(당시 32세) 빈소 모습. 사진 유족

'공무원 구하라법' 시행 첫날 신청 

강씨 부녀가 신청서를 낸 지난달 23일은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시행령이 시행된 첫날이었다. 개정안은 강 소방관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으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 갑)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녀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부모에게는 유족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 제한 신청을 하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제한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회는 동거 기간과 경제적 지원 여부, 범죄행위, 학대 등 보호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육 책임을 다했는지를 판단한다.

2019년 순직한 고 강한얼(당시 32세) 소방관의 언니 강화현(38)씨가 지난해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종언 변호사,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 강화현씨, '구하라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연합뉴스

2019년 순직한 고 강한얼(당시 32세) 소방관의 언니 강화현(38)씨가 지난해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종언 변호사,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씨, 강화현씨, '구하라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연합뉴스

언니 "생모는 동생을 지갑으로 봤다"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던 강 소방관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다 2019년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사혁신처는 같은 해 11월 "순직이 인정된다"며 친부 측이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비슷한 시기 법적 상속인인 친모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한 뒤 유족보상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했고, 유족연금도 지난해 1월부터 매달 지급 중이다.

이에 분노한 친부 측은 같은 달 "작은딸의 장례식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친모를 상대로 두 딸의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983년 1월 결혼한 이들 부부는 1988년 3월 협의 이혼했다. 당시 각각 5살, 2살이던 두 딸은 친부가 배추·수박 장사 등 30년 넘게 노점상을 하며 키웠다.

법원은 친부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같은 해 6월 "부모의 자녀 양육 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며 친모는 친부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친모 측은 재판 후 항소를 포기하고 4000만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3700만원은 5년에 걸쳐 월 61만원씩 양육비를 입금하기로 합의했다.

가수 고 구하라씨 빈소 모습. 뉴스1

가수 고 구하라씨 빈소 모습. 뉴스1

법원 "생모도 양육책임…7700만원 지급하라" 

친부와 언니는 친모의 양육비 책임과 별도로 유족급여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부는 공단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큰딸아이가 공무원연금법·공무원 재해보상법이 개정됐다고 말해주던 날 감사하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며 "심사요청서를 제출하려면 모든 서류를 또다시 봐야하고 그러면 마음이 또 한 번 무너지고 찢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니 강화현씨도 진술서에서 "분신과 같은 동생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고 지금도 저는 동생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살고 있다"며 "부디 자식을 지갑으로 보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도 반성은커녕 본인 권리인 양 주장하는 생모로부터 진정한 유족의 의미를 부여해 심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친모는 지난 9일 큰딸의 회사에 찾아 와 "유족연금은 포기할 테니 매달 61만원씩 보내는 양육비는 받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고 강한얼 소방관. 사진 유족

고 강한얼 소방관. 사진 유족

강화현씨 "동생 버린 생모, 연금 1%도 못줘"   

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유족들이 '공무원 구하라법'을 통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서를 보내기 전 공단 담당 직원에게 순직유족연금의 1%라도 친모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심사 결과가 나오면 계속해서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저희 권리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른 유족이 재해유족 급여 제한 신청을 할 때 심사위원들이 저희 사례를 기준으로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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