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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Z세대 사로잡은 '마성의' 밈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밈'

'밈(meme)'. 최근 들어 온라인상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약 50년이 지난 지금 '강한 중독성의, 자기복제적 성격의 유행어'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가수 비의 노래가 '밈화' 되어 생긴 '1일1깡', 배우 이병헌의 인스타그램 태그 '성공적', 무한도전에서 나온 '무야호' 같은 사례가 유명하다. 밈의 형성에는 춤, 노래, 말 등 형식의 제한이 없다. 다만 중독성이 있다는 점, 빠르게 복제 및 퍼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온라인상에서 '밈화'되었던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의 엔딩 장면

온라인상에서 '밈화'되었던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의 엔딩 장면

밈은 한번 형성되면 강력한 전염력과 파괴력을 지닌다. 그래서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인다. 은퇴할 뻔한 가수를 역주행시키고 종영한 TV 프로그램을 다시 부활시킬 수도 있다면, '자사 제품'을 그 콘텐트로 끼워 넣을 수는 없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밈의 형성은 예측 불가하며 아무 이유 없이, 어떠한 의도 없이 생겨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넌 날 사랑해, 난 널 사랑해, 미쉐빙청달달해...?

그런데 중국에서는 한 밀크티 기업이 최근 '의도치 않게' 이러한 밈의 혜택을 받고 있다. '미쉐빙청(蜜雪冰城)'이라는 밀크티 브랜드다. "你爱我,我爱你,蜜雪冰城甜蜜蜜(넌 날 사랑해, 난 널 사랑해, 미쉐빙청달달해)"라는 미쉐빙청 CM송 노래 구절이 '밈화'되어 Z세대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다소 '촌스러운' 멜로디와 유치한 캐릭터, 아무 뜻도 없는 듯한 가사. 하지만 이러한 포인트 때문에 이 노래는 '밈'의 선택을 받게 됐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세뇌당하는 것 같은 기분", "듣다 보면 마치 뇌가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다" 등 반응을 타고 이 밈은 널리 퍼져 나갔다. 웨이보, 비리비리, 더우인 등 플랫폼상에서 관련 영상 조회수는 25억회를 넘어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 갈무리]

[사진출처=웨이보 갈무리]

일반적으로 다른 밈들이 그렇듯 미쉐빙청의 CM송도 노래가 나오자마자 '밈화'되지는 않았다. 시차가 존재했다. 미쉐빙청 뮤비는 작년 2020년 7월에 공개됐지만, 당시에는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프라인 매장 내에서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러다 이 노래가 '밈화'된 계기로 추정되는 한 사건이 있었다. 한 남성이 미쉐빙청 점원 앞에서 '무료 레몬티'를 받기 위해 이 노래 구절을 부르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이 영상이 큰 화제가 된 것이다.

 [사진출처=웨이보 갈무리]

[사진출처=웨이보 갈무리]

미쉐빙청송이 퍼지기 시작하자 미쉐빙청 측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온라인상에 네티즌들이 올린 영상들을 하나로 모아 지난 6월 11일 8분 21초짜리 '14개국 20개언어 버전' 미쉐빙청송을 올렸다. 이 영상 역시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미쉐빙청은 원래 한 잔에 5위안 레몬주스, 7위안 밀크셰이크 등 10위안 안팎의 저렴한 '가성비 음료'를 파는 브랜드로 '밀크티 업계의 핀둬둬(拼多多)'라 불리는 곳이다. 3, 4선 이하 도시 하침시장(下沉市场)의 학생 등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다.

[사진출처=웨이보 갈무리]

[사진출처=웨이보 갈무리]

때문에 '비리비리' 등 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상에서미쉐빙청송이 밈으로 널리 퍼지자, 브랜드는 이들 타깃에 대해 강력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온라인 경제매체 DT재경에서 자체 조사한 '중국 온라인 6월 유행어 조사'에 따르면 이 미쉐빙청밈은 3위에 랭크됐고, 유행어 총 언급량 중 약 70% 이상이 95년 이후 출생자인 Z세대로부터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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