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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취재하던 위스키가 취미가 된 기자 출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필진인사이드(6)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김대영 필진 

본업과 관련이 없더라도, 전문적인 정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진이 될 수 있는 곳, [더,오래]. 의미 있는 취미와 소소한 일상을 더,오래에서 글로 담고 있는 장기 연재 필진 6인을 인터뷰와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기분 좋게 술을 마실 때면 취기가 돌면서 나도 모르던 또 다른 내가 됩니다. 이유 모를 웃음이 자꾸 새어 나오고 그 재미에 중독성도 있고요. 그 정도가 심해지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음주는 인생에 있어서 놓치면 안 될 재미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것이 취미와 술의 공통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심지어 술이 취미라면 그 세계는 얼마나 즐거울까요?

‘취미’의 사전적 정의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보통 재미를 쫓아 꾸준히 가다 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과 그 경계가 흐려지곤 하죠. ‘더,오래’의 김대영 필진은 그 경계 사이에서 오랜 시간 위스키와의 우정을 쌓고 있습니다. 비범한 사람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쉽게 위스키를 즐기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늘만큼은 저도 맥주 대신 위스키에 도전해봐야겠어요.

위스키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일본 NHK 방송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었어요. 그 당시 일본에서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히트를 했죠. 한국에는 이런 위스키 만드는 사람이 왜 없나 해서 찾아보니 외국의 유명한 증류소 같은 곳을 한국에도 만들어보겠다고 꿈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을 ‘한국의 타케츠루’로 취재했어요. 취재 준비하려고 위스키 문화에 대한 자료도 찾고 실제로 한 병 두 병 마시다 보니 취미가 되어있더라고요. 위스키가 워낙 종류도 다양하다 보니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오고 계속 재미있는 거예요.

취미를 정말 깊게 파고드시는 것 같아요.

A 좋아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궁금하잖아요. 내가 맛있게 마셨던 이 위스키가 어떤 역사를 가진 위스키인지, 몇 년도에 나온 건지, 그 당시엔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인지 같은 사소한 비하인드가 정말 재미있어요. 이제는 그런 걸 찾는 재미 자체가 취미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위스키가 진입장벽이 워낙 높잖아요.

A 사실 위스키가 부자, 수집가 말고 평범한 사람이 쉽게 즐기는 술이 됐으면 좋겠어요.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여러 곳 다니면서 보면 대부분 여유 있는 사람이 위스키를 즐겨요. 그래도 서서히 대중이 위스키를 찾고 있고, 그렇게 되면 이 문화가 더 널리 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와인도 처음에 엄청 고가에다가 마니아를 위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따로 코너가 있을 정도로 대중성을 가지게 된 것처럼요.

연재 중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기사를 보고 어떤 레스토랑 오너분이 본인의 위스키 아지트에 초대해 줘 다녀왔어요. 어림짐작으로만 거기 있는 위스키들 가격 다 합치면 거의 10억원은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는 이런 위스키 컬렉터가 거의 없는데 외국에는 많거든요. 그래서 너무 신기했죠. 갔더니 70년대, 80년대 나왔던 위스키가 즐비한 거예요. 다 꺼내주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위스키 문화를 너무 알리고 싶다, 종종 초대를 할 테니까 위스키로 대화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연재하면서 이렇게 마니악한 사람을 만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너무 좋은 인연이죠.

‘더,오래’에서 발행한 기사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기사를 이유와 곁들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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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밤 장사’ 바의 한숨 획일적 영업 규제로 죽을 맛’ 기사가 지금 가장 기억에 남아요. 코로나로 인해서 아직 위스키 바나 식음료 장사를 하시는 자영업자가 지금 힘들거든요. 제가 제일 친한 바 사장님이 있는데 이 분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게는 닫아놓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그런 사례가 워낙 많아 이 기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제가 앉아 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위스키를 알리는 사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으니까 위스키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워요.

원고 작업 공간을 자랑해주세요!
위스키로 가득 채워진 김대영 필진의 원고 작업 공간. [사진 김대영]

위스키로 가득 채워진 김대영 필진의 원고 작업 공간. [사진 김대영]

A 보통 글은 집에서 많이 써요. 원고 마감이 월요일 오전이라 주말에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주말 예능 보다가 정신 팔리기 일쑤입니다. 글을 쓰는 책상에 책은 한 권도 없고 술만 가득해요.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한 뒤로, 책상에서 책을 다 빼고 위스키로 가득 채웠거든요. 글을 쓰다가 모아둔 위스키를 한 번씩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곤 합니다. 어떨 때는 기분도 좋아지는데, 위스키를 눈으로 마시고 취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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