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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시인의 조건, 매사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필진인사이드(5) '나도 시인' 윤경재 필진

본업과 관련이 없더라도, 전문적인 정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진이 될 수 있는 곳, [더,오래]. 의미 있는 취미와 소소한 일상을 더,오래에서 글로 담고 있는 장기 연재 필진 6인을 인터뷰와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시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영화 같은 미디어 속에 나오는 중후한 시인만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조금 있었습니다. 시를 쓴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로 느껴졌고요. 하지만 시는 일상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윤경재 필진은 말합니다. 작은 풀 포기 하나에도 리듬을 붙이면 시를 끌어낼 수 있다고요.

이말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어쩌면 이미 모두가 시인일 수도 있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요. 오늘만큼은 일상의 순간을 유심히 지켜보기로 해요.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순간에 감정을 입혀보면 시가 되고, 그 시가 세상과 소통하는 색다른 창구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한의사’라는 소개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A 시인이 된다는 건 문득 삶이 자기 울타리보다 더 넓고 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무릎을 꿇는 심정으로 다가가는 길입니다. 오묘한 자연이나 신처럼 자신을 넘어서는 대상을 만났을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건 모든 걸 수용하고 찬미하는 것뿐이죠. 시인에는 등단 조건이 없습니다. 물리학자도, 경제학 박사도, 농부도, 배움이 짧은 사람이나 어린아이도 모두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조건은 자신의 한계를 수긍하고 겸손한 자세입니다. 매사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눈이요.

시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시의 주제는 일상적이에요.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 상상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죠. 의외의 전개도 등장하고 사물 간의 연결이 자유롭습니다. 어떤 때는 그저 리듬만 살려도 시가 됩니다. 작은 풀 포기, 돌멩이 하나에서도 시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 세상에 나온 시는 시인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 되기도 합니다.

시를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 한마디 조언해준다면.

A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이 들 때 먼저 그냥 첫 줄을 써보라고 해요. 그럼 첫 문장과 단어가 다음 글귀를 이끌고 나오게 됩니다. 내가 시를 쓰는 게 아니라 문장과 단어가 시를 짓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될 거예요. 한 편의 시가 미완성인 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 퇴고를 해야 합니다. 퇴고야말로 시작의 전부이거든요. 적당한 시어로 바꿔주고 시적 수사법을 활용해 독자가 시를 읽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어야 해요. 이 과정이 생각보다 고통스럽고 힘들죠.

연재 중 있었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새롭게 시도한 ‘나도 시인’연재의 글 형식 자체가 특별한 에피소드인 것 같습니다. 남의 시를 감상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시를 시작 노트처럼 짧게 설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시와 수필로써 다르게 접근해 생각의 폭을 확장해보는 작업입니다. 내 생각을 마음껏 펼쳐볼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가끔은 독자가 시와 해설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하더라고요. 예민한 독자는 어떤 때는 시가 더 좋았다거나, 이번엔 해설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피드백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더,오래’ 연재 이후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A 활동이 왕성하고 유명한 시 동인에 초대를 받게 되었어요. 스스로 시인이라는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지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더,오래’에서 발행한 기사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기사를 이유와 곁들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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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선 항상 멋지게 편집해주시는 ‘더,오래’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적절한 제목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일으켜주니 시와 해설이 더 빛나게 되었어요. 네이버 대문에 걸렸던 기사도 있었고, 댓글이 수백 개 달린 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파보면 안다, 멍든 몸에도 꽃이 피어난다는 것을’이라는 기사가 가장 애정이 갑니다. 진솔한 저의 체험에서 나온 시와 해설이기 때문입니다.

원고 작업 공간을 자랑해주세요!
윤경재 필진의 원고 작업 공간. [사진 윤경재]

윤경재 필진의 원고 작업 공간. [사진 윤경재]

A 시와 해설을 쓰는 공간은 사뭇 다릅니다. 시는 딱히 정해진 장소가 없고요. 그러나 해설은 꼭 진료실에서 씁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이며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여기서 출발하기 때문인데요. 참고할 서적도 많고 저에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과 여유를 주는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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