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은퇴창업과 투자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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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코로나19로 중소 자영업자가 많이 어려워졌다. 노후 자금까지 타격을 받는다. 몹시 가슴 아픈 일이다.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이 닥쳤을 때 한 개인이 이에 대처하기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보면서 노후 삶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 타격
노후 자금까지 소진하는 위험
우량 기업 투자가 좋은 대안
파도가 칠 때는 큰 배를 타야

은퇴창업은 노후 준비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노후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있다. 자영업은 자본이 많이 필요치 않고 깊은 전문 지식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단순 소자본 창업이 많다. 진입장벽이 낮기에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창업을 하더라도 5년이 지나서 생존할 가능성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은퇴창업도 일종의 투자다. 자본시장에 비유하자면 5년 후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절반이 되는 주식을 매수하는 셈이다.

한편, 주식 보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LG화학·엔비디아(NVDIA) 등의 지분을 갖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을 뽑고 내가 좋아하는 전략을 펼칠 수는 없지만 일류의 인재들이 머리를 짜내서 얻는 이익에 대해 내가 지분율만큼의 청구권을 갖는다. 이처럼 우량 기업 지분을 갖는 것이 노후 삶을 이끌어가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혹자는 우량한 기업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잘 나가던 노키아도 한순간에 주가가 95%나 하락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을 여럿 모아 보자. LG화학만 살게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 주식을 사고 엔비디아만 살 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사는 것이다. 많은 종목을 직접 살 필요 없이 여러 기업을 묶어서 하나의 주식처럼 거래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면 된다. ETF의 문자적인 의미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라는 뜻이다. 펀드는 투자 회사다. 어떤 고유 사업을 영위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일종의 투자 전문 지주회사 격이다. 따라서, ETF를 산다는 것은 투자 전문 지주회사의 지분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TF는 최소 1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하게 되어 있어, 어떤 ETF는 종목수가 100개를 넘어가기도 한다. 개별 종목 위험은 사라진다.

은퇴와 투자 7/9

은퇴와 투자 7/9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은퇴창업 이외에 투자 전문 지주회사의 지분에 투자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봐야 할 때다. 후자는 노후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닥쳤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회복탄력성도 크다.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여차하면 지분을 팔아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다.

덧붙여, 노후 삶의 관점 검토가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성실하게 몸을 움직여야 올바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투자를 통해 돈을 빨리 벌어 빨리 퇴직하겠다는 파이어(FIRE)족을 꿈꾼다고 하면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지금처럼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고 기술혁신으로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는 때는 단순히 열심히 뛰는 것보다 올바른 관점을 갖고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는 앞으로 속속 은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단순 소자본 창업에 뛰어들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은퇴자산관리 강의를 할 때면 앞으로 상가 투자가 어떻겠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단순 소자본 창업은 임대업자와 인테리어업자에게 돈을 벌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는 부가가치를 많이 얻기 어렵다.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게 아니라면 은퇴창업보다는 잘 분산된 우량 기업의 묶음에 투자하는 게 좋은 이유다. 우량 기업 지분에서 소득을 얻는 한편 자신은 전문적인 일에 천착하여 소득을 얻는다면 금상첨화다. 투자소득과 근로소득의 조합을 이루게 되어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4차 산업혁명과 장기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은퇴 창업 이외에 우량 기업 투자를 통한 노후 준비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파도가 높을 때는 큰 배가 나은 법이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삶의 구조는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채근담에는 ‘멀리 바라보지 않으면 근심은 가까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변화의 흐름을 보면서 노후 삶의 방향을 선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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