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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의결한 재난지원금 80%, 이재명 주장에 흔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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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여당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송영길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임현동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여당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송영길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7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범위와 방법을 두고 난상 토론을 벌였다. 지난달 29일 당정이 합의하고 1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결한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다시 도마에 올린 것이다. 8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서다. 당 차원의 입장 정리는 최고위원회에 맡기기로 했지만 분위기는 이미 ‘정부안 수정’으로 기울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원총회 중 나와 “전국민 지급부터 야당이 주장하는 하위 70% 선별까지 다 열어놓고 심의하겠다”며 “전국민 지급 주장도 의총에서 나왔는데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을 다시 '고당'(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합의할 필요는 없다”며 “국회에서 상임위에서 논의해서 최종적으로 행정부 동의를 받으면 되는 것을 다시 고당으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을 당이 주도해서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친 뒤 “전국민지급을 주장하는 의원이 다수였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는 최고위에 위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추경안 처리 시한을 23일로 잡고 당 지도부와 박홍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이 주도해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재난지원금 의총에서 대선 주자 대리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선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입장에 따라 의원들 사이에 세(勢)대결 양상도 펼쳐졌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중 이재명 경기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은 전국민 지급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등은 선별 지급을 주장해 왔다. 의총은 양측의 격론이 이어지면서 예정된 종료 시간보다 1시간 더 넘게 진행이 됐다.

이 지사 측은 최근 당·정 합의 뒤집기에 총력을 다해 왔다. 의총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80%에 25만원씩 주지 말고 차라리 전국민에게 20만원을 지급하자”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부자가 죄인은 아닌데 재원 부담이 더 큰 상위 20%가 받지 못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를 돕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의총에서 “선별 지급을 하면 불필요한 절차가 생기고 시민을 차별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경기회복, 소비진작 효과도 보편 지급을 할 때 있었다. 결단력 있게 전국민 지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6일 TV토론회에서 “당정간 합의가 끝난 사항”이라며 “더 가난한 이들에게 줄 것을 줄여서 부자에게 주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전 총리도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 해서 정리가 된 문제인데 아직도 이러쿵저러쿵 밖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난에 처했을 때 더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더 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 정 전 총리를 돕는 윤준병 의원은 “재난지원금은 피해를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에 대한 구별을 충실하게 하는 게 맞다”며 “(전국민 지급은)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 고민해보자”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인 한 의원은 의총장을 떠나며 “당정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의총에서 재논의 하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이 열리는 순간 무게 추는 정부안 수정으로 기울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더라도 전국민에게 주자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고 말했다.특정 캠프 합류 여부와 무관하게 자기 주장을 편 사람들 중에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다. 이 전 대표를 돕는 서영교 의원은 “지난 1차 재난지원금 때 전국민 지급을 했더니 경기가 살아났다”며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이번에도 전국민 지급을 하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의원 50여명이 속한 민주당의 민생기구 을지로위원회도 이날 오전 “재난위로금은 국가 차원의 위로이지 복지정책이 아니다”며 “전국민 지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최종 결론의 키를 쥔 민주당 지도부는 맞벌이 가구, 1인 가구의 소득 기준을 상향해 하위 80%의 범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배제된 가구의 이의신청을 폭넓게 받아들여서 90% α를 달성하겠단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렇게 보완하면 국무회의 의결 사항을 뒤집지 않고도 '사실상 전국민 지급'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의총이 시작되고 1시간쯤 뒤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의원들의 얘기를 다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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