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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장? 정부 메시지 관리 실패" 현행 거리두기로 확산세 잡힐까

중앙일보

입력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식당에 24시 영업 간판이 걸려있다. 뉴스1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식당에 24시 영업 간판이 걸려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200명대로 폭증하면서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수도권만 기존 체계를 이어가기엔 이미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행 중인 비수도권과의 통일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개편안을 적용하기엔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기준이 지금보다 완화돼 확산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정부는 지금의 거리두기 체계를 한 주 더 연장하기로 7일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렸다. 다만 정부의 결정대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지금의 조치로는 확산 세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조금 더 우세했다.

“또다시 연장 카드, 메시지 혼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문가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건 정부의 ‘메시지 혼선’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수도권의 방역단계를 기존대로 일주일 유지하되 2~3일 안에 확산 세를 잡지 못하면 가장 강력한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또다시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굉장히 실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국민에게 ‘일주일만 더 버텨주세요’라는 메시지는 지난 1년 반 동안 수없이 나갔다. 지금 유행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앞으로의 플랜과 이행전략에 대한 고민 없이 일주일간 결정을 더 미룬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방역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섣불리 심어줬던 점도 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거리두기 개편안과 백신 인센티브 적용을 잇달아 예고하며 방역 완화 기대감을 심어줬다. 정 교수는 “지금 와서 다시 개편안 3단계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하는 거 자체가 장기적인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현행 2단계, 개편안 3단계 비슷…강화된 대책 필요 

5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 5인 이상 집합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5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 5인 이상 집합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지금보다는 강화된 방역대책이 나와야 확산 세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행 2단계나 개편안 3단계는 비슷한 수준이라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원석 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편안을 적용해 3단계로 격상하는 경우 비수도권 지역과의 통일성은 있지만, 방역 수칙이 강화되는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개편안 3단계 격상 조건은 최소 3일 연속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500명 이상 발생했을 때다. 현재 수도권 유행 상황(636.3명)과 부합한다. 개편안 3단계에선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에 예외조치가 없어지면서 개인 방역은 강화되지만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수칙은 더 완화된다. 단적으로 현재 집합금지 조치가 적용되고 있는 유흥시설 영업은 오후 10시까지 가능해지며 실내체육시설은 운영시간 제한이 아예 없어진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주점ㆍ클럽 발 확산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3차 때보다 상황이 안 좋다. 델타 변이도 발생하고 있고 개별 접촉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해 감염 확산이 더 빠를 것”이라며 차라리 기존의 거리두기 체계에서 3단계 격상을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기준에 예외를 두지 말고 학생들의 등교를 자제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비수도권에서의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확산 세가 이어질 경우 정부가 예고한대로 개편안 최고 단계로 거리두기가 격상될 수도 있다. 개편안 4단계는 최소 3일 연속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수도권 1000명 이상, 전국 2000명 이상 발생했을 때 격상된다. 18시 이전까지는 5인 이상, 18시 이후에는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시행되며 행사는 전면 금지된다. 하지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그동안 원칙대로 거리두기 격상을 하지 않았듯이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 거리두기 5단계도 잘 안 지켰기 때문에 개편안도 기준대로 안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3차 대유행 때와 치명률 현저히 낮아져”

5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마스크 쓴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5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마스크 쓴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일각에선 과거 1~3차 대유행과 지금의 유행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치명률이 당시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60세 이상 고령층과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면서 평균 치명률은 1.25%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 동안 약 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아진 수치다. 특히 최근 한달간(6월8일~7월7일) 국내 치명률은 0.3%대까지 떨어졌다. 김 교수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현 단계를 유지한 것 같다”면서도 “확진자가 늘더라도 개편안 4단계를 적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환자 비율과 사망률이 현저하게 줄어 독감에 가까워진 상황이기 때문에 확진자 수에만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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