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5번째 사과를 꺼내 두 달에 한 번꼴이다. 서 장관이 군에서 발생한 사건마다 유감 표명을 반복했지만, 대책 마련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욱 장관 두 달에 한번 고개 숙여 #지난달 공군 여 중사 성폭력 사과 #한 달 만에 직할 부대 장성 성폭력 #‘강력 처벌’ 엄포 놔…효과 있을까
서 장관은 이날 열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시작하며 “장성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군의 자정 능력을 의심받는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사과했다.
국방부 직할부대 준장이 지난달 29일 회식을 마친 뒤 노래방에서 소속부대 여직원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 기강을 강조하던 장관의 지침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장성 성추행은 지난 3월 2일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이후 군내 성폭력 사건을 접수하던 특별신고 기간(지난달 3~30일)에 또다시 터져 나온 사건이라 군 안팎의 충격이 크다.
서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사과를 반복했다. 지난해 9월 24일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을 잘 못 모신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엿새 만에 나온 첫 번째 유감 표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 사망 사건 직후 열린 유엔 총회에서 ‘종전 선언’을 언급해 논란이 나왔다. 국방부 장관이 사건의 심각성을 충분히 보고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두 번째 사과는 경계실패에서 나왔다. 지난 2월 17일 서 장관은 “장관으로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루 전날 동해를 헤엄쳐 탈북한 북한 남성을 군 당국이 감시장비로 여러 차례 포착하고도 즉시 대응하지 못하면서다. 지난해 7월 배수로 월북 사건을 비롯해 군 당국의 경계 실패는 끊임없이 반복했다.
부실 급식에도 사과했다. 지난 4월 28일 서 장관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두 달 만에 고개를 숙였다.
휴가 복귀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격리 생활 중인 병사가 부실 급식을 폭로한 지 열흘 만이다. 부실 급식을 계기로 병영 문화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달 9일에는 여군 중사 사망 후 18일 만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번 직할 부대 장성 성폭력 사건으로 불과 한 달을 가지 못해 7일 회의에서 또다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날 서 장관은 “그 누구라도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또 다른 일탈이 없을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