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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가 고래를? 중흥건설, 대우 인수 ‘건설 빅3’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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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우건설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호남 기반의 중견 건설업체 중흥건설이 선정됐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최종 계약이 이뤄지면 중흥건설은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한다. 인수 가격은 2조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건설업계에선 보고 있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인수가 2조 초반 추정, 3~4주 실사 #최종계약 땐 재계 20위권 진입 #금호처럼 ‘승자의 저주’ 우려도

대우건설 vs 중흥건설그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우건설 vs 중흥건설그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KDBI는 중흥건설과 양해각서(MOU)를 맺는데 앞으로 3~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의 실사를 진행한 뒤 가격 조정 절차를 거친다. 이대현 KDBI 대표는 “향후 매각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진짜 주인’ 찾아주기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순위 47위의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재계 20위권(자산총액 19조540억원)으로 오른다. 건설사의 순위를 나타내는 시공능력 평가액으로 대우건설은 6위(8조4132억원), 중흥토건은 15위(2조1955억원), 중흥건설은 35위(1조2709억원)다. 세 회사를 모두 합치면 중흥그룹의 시공능력 평가액은 11조8796억원이 된다. 중흥그룹은 삼성물산(20조8461억원)과 현대건설(12조3953억원)에 이어 3대 건설사에 오른다.

대우건설은 2002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1년 만에 회생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가 3년 만에 다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후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은 2017년 대우건설의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을 했다. 당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뻔했지만 무산됐다.

대우건설 매각 관련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우건설 매각 관련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번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KDBI는 지난달 25일 대우건설 매각의 본입찰 제안서를 접수했다.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업의 두 곳이 인수 제안서를 냈다. 업계에선 중흥건설이 2조3000억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1조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중흥건설이 KDBI에 인수 조건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KDBI는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형평성을 고려해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도 가격을 수정할 기회를 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흥건설의 뜻대로 2000억원가량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매도자(KDBI)가 매수희망자의 요구대로 순순히 가격을 낮춰 다시 파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혜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이 보유한 브랜드(푸르지오) 인지도와 시공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같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우건설 직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재입찰은 명백한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건설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인수 후보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직을 알아보는 직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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