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네띠앙… 임시개통 됐지만 서비스 지속 힘들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4일 서울 논현동 거평빌딩 19층.

예고 없이 사흘간 서비스를 중단해 파문을 일으킨 1세대 포털 네띠앙의 사무실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문 안쪽의 사무실은 어두컴컴했다. 출입문 앞에는 며칠새 배달된 우편물이 어지러이 쌓여 있었다. 현관에 놓인 사무실 연결 전화기도 먹통이었다. 3일 사이트 접속이 임시 재개됐지만 네띠앙 임직원은 회사 주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빌딩 관리실 직원은 "네띠앙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고 했다. 그는 "네띠앙은 사무실 관리비를 다섯 달째 미납해 3000만원이 밀려있다. 도리 없이 지난달 27일 단전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1997년 설립된 네띠앙은 개인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를 국내 처음 시작한 '원조 포털'이다. 2000년대 들어 업계 경쟁이 심해지고 이용자가 줄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2년간 업계에서 별다른 뉴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1세대 포털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이용자 수는 적잖았다. 인터넷 리서치 회사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띠앙은 순 방문자 기준으로 전체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60위권. 한 주에 한 번 이상 방문객이 156만 명에 달했다. 네띠앙 이용자들은 서비스 중단 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며 분통을 떠트렸다. 한 이용자는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여자친구와 5년간 교환한 글들이 다 들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도에서 여행업을 한다는 고모씨는 "여름철 바캉스 시즌에 홈페이지 접속 중단으로 큰 피해를 봤다"고 적었다.

네띠앙은 웹 호스트 업체인 아이네트호스팅에 미납 서비스대금 일부를 결제해 사이트가 다시 개통됐다. 그러나 언제 또 서비스가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아이네트 측은 "15일까지 네띠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걸로 돼 있지만 구두 약속한 입금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네띠앙의 대주주인 코스모씨앤티 측은 "네띠앙을 존속시키고 싶지만 아직 드러낼 만한 대책은 없다"고 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