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청계천 … 냉장고 태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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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3일 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무료 영화를 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worldcuppark.seoul.go.kr 02-300-5539. 박종근 기자

동물들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곰도, 호랑이도, 코끼리도…. 본능적으로 물속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최승식 기자]

가마솥 더위가 일주일째 전국을 달구고 있다.

4일 서울 34.7도를 비롯해 의성 37도, 대구 36.7도 등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 직장인은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시민은 계속되는 열대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놀이를 하거나 더위에 일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18일까지 곳곳의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비 소식이 없다. 무덥고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도심 피서지 청계천=4일 낮 12시30분 서울 청계천 삼일교 부근. 직장인 100여 명이 물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아예 바지를 걷어올리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눈에 띈다.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최지희(28.여)씨는 물에 발을 담근 채 직장동료 세 명과 점심식사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최씨는 "식당처럼 붐비지도 않고, 시원해 청계천에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청계천을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 평일은 8만 명 정도, 주말에는 20만 명 정도로 평소보다 25% 정도 늘어났다.

열대야에 지친 시민에게도 청계천은 인기다.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오후 6시 이후 청계천 광장~동대문 오간수교 구간을 찾는 시민은 평소보다 30% 많은 6만여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단은 20일까지 청계광장.세운교 등 9곳의 분수대를 오전 1시까지 2시간 연장 가동하기로 했다. 공단 박호영 부장은 "청계천 부근의 한낮 온도는 27도로 같은 시간 남대문 부근보다 8도 정도 낮다"며 "청계천은 부담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피서지"라고 말했다.

◆ 자연냉장고 태백=해발 650~750m의 고지대에 자리 잡은 강원도 태백시는 더위가 반갑다. 집중호우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뒤 피서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태백산.함백산으로 둘러싸인 태백시의 평균기온은 다른 도시보다 3~4도 정도 낮다. 4일 경남 합천의 낮 최고기온이 36.5도를 기록했으나 태백은 32.5도에 머물렀다. 밤에는 기온이 20도 이하여서 1986년 기상 관측 이후 단 하루도 열대야가 없었다.

특히 900m 고지인 태백산도립공원 내 당골광장에서 펼쳐지는 영화제 '태백산 쿨 시네마 페스티벌' 관람객은 담요를 준비하지 않으면 추워 하산해야 할 정도다. 1일 시작된 영화제에는 하루 평균 3500명이 찾고 있다. 육상.축구.태권도.농구 등 여러 종목의 선수들도 전지훈련 장소로 태백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태백시에서는 요즘 숙박시설을 구하기 어렵다. 태백시 관광문화과 송기영씨는 "태백시 내에 관광호텔.모텔 등 120여 곳의 숙박시설이 있지만 방을 구하지 못해 인근 고한.사북으로 가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준봉.이수기 기자<infor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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