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마지막 총장 김오수 한 달···"네 개의 산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05:00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 수장인 김오수(58‧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이 지난 1일로 취임 한 달을 지났다. 불과 한 달 사이 검찰 인사와 직제 개편, 월성 원전 및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기소와 같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 마무리라는 고비고비를 차례로 넘어야 했다. 사안 별로 때로는 검찰 내부 반발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갈등을 무릅써야 하는 고비를 넘기도 했다.

김 총장은 1일 수원지검 수사팀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취임 전부터 내 앞에 있던 네 개의 산을 넘었다. 이제 정말 새 출발할 때”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취임 직후 단행된 ① 지난 6월 4일 대검 검사급 인사(검사장) ② 같은 달 24일 검찰 직제개편 ③ 25일 고검 검사급 인사(차장‧부장검사 인사)와 ④ 주요 사건 처리를 차례로 이뤄진 것을 놓고서다.

“검찰 인사, 이동일 뿐 좌천 없다”

김 총장은 “이제 새 출발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것은 2일이 대검찰청 참모진을 비롯해 전국 지검·지청 조직에 660여명에 달하는 차장·부장검사이 새 자리에 부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임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시작한 원전 수사와 불법 출금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서 벗어나 김오수만의 색깔로 검찰 조직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지난달 검찰 인사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주도로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는 외부 평가에 대한 불편함도 내비쳤다고 한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팀으로 지목된 검사들도 "‘수평 이동’했을 뿐, ‘좌천’은 없었지 않았냐"고 하면서다.

검찰 고위간부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왼쪽)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자리에서 박범계 장관의 축사를 듣고 있다. 뉴시스

검찰 고위간부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왼쪽)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자리에서 박범계 장관의 축사를 듣고 있다. 뉴시스

김 총장이 예를 든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전 총장 시절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때는 1차장을 지낸 이두봉 인천지검장으로 전보된 사례다. 이 지검장은 직전 대전지검장 때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지휘했으나 이번 인사에서 서울과 가까운 인천지검으로 이동했다. 원전 수사팀장인 이상현 부장검사도 대전지검 형사5부장→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 불법 출금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도 수원지검 형사3부장→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이동한 것도 수평 이동 사례다.

김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청와대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이 언론에 대한 피의사실공표를 빌미로 수사팀에 대한 본보기 징계를 요구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총장이 '검찰 내부의 안정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막아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검찰 중간간부 주요 인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법무부]

검찰 중간간부 주요 인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법무부]

김 총장은 이같은 인사 흐름에 대해 지난 1일 하반기 검사 전출식에서 “인사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저는 검찰에 한직은 없으며 여러분 모두 영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총장 자신이 2009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수사를 진행하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8개월 만에 원주지청장, 성남지청 차장, 청주지검 차장, 공정거래위 파견 등으로 정권이 바뀔 때까지 4년간 한직을 떠돌기도 했다.

산 권력 수사…“수사팀 끝까지 마무리하되 책임도 져야”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주요 사건 역시 기존 수사팀장이 떠나기 전 마무리하도록 했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 “수사팀이 수사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가는 것이 본인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고,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그간 불법 출금 과정의 핵심으로 꼽혀 왔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역시 대검에 보고한지 약 50일 만에 재판에 넘겨지면서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수사팀은 지난달 24일 인사로 바뀐 대검 지휘부에 네 번째 결재를 올렸고, 결국 대검의 승인이 났다. 이 비서관은 “사정 업무를 수행하는 민정수석실의 비서관으로서 직무 공정성에 대한 우려 및 국정운영의 부담을 깊이 숙고했다”며 기소 날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배임교사 혐의 적용은 대검과 수사팀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김 총장은 직권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을 결정했다. 대검은 “직권남용과 배임교사는 병립하기 어려운 법리라고 본다”면서도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해 수심위의 판단을 받도록 길을 터둔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총장 실종” 對 “조직 안정 주력”

김오수 체제 한 달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소위 '추-윤 갈등' 이후 양분된 검찰 조직 안정에 주력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청와대‧법무부의 일방적 독주 속 검찰총장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양분된 평가가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뉴스1

김 총장은 검찰 직제개편안 협의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예정에 없던 깜짝 만찬 회동을 열고 결국 직접수사가 제한된 형사부라고 해도 고소장이 들어온 경제범죄는 직접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직제개편안에 담아냈다. 김 총장은 지난 1일 “6대 중요범죄에 대하여는 검찰이 직접수사하라는 것이 국민의 결단”이라며 6대 중요범죄 검찰 직접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총장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관행 혁신을 위해 국민중심검찰추진단을 설치하는 등 직제개편 관련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진단은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산하에 조직재정립, 수사관행 혁신, 조직문화개선의 3개 분과를 두는 형태로 운영된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달 1일 취임식에서 “검찰총장으로서 굳건한 방파제가 돼 일체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는 일성을 밝힌 바 있다. 김 총장은 합리적이고 상하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현 정부 들어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을 내리 보좌해 정권 친화적이라는 우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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